[헨리 나웬] 가족, 고독이 고독에게 입맞추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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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가족, 고독이 고독에게 입맞추는 자리
  • 헨리 나웬
  • 승인 2017.03.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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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com

가족의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신비스러운 성소는 고독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독은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다:

“절대로 성령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라”고 바오로사도는 말한다. 고독 속에서 성령이 우리에게 그분 모습을 드러내고, 그래서 “항상 기도하고 늘 기뻐하라”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창의성이 그 뿌리를 찾고 우리의 진정한 생명력이 솟아 나오는 내적 자리를 발견한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 존재가 결정된다고 믿도록 요구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어떤 중요한 일을 하면 우리는 중요한 존재이다. 어떤 지적인 일을 하면 지적인 존재가 된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해야 할 일, 몰두하는 것에 매우 관심을 둔다. 그리고 우리가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걱정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무엇을 하는 것으로 우리 존재가 결정된다고 믿는 것은 우리 영혼을 세상에 파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으로 하여금 우리 존재를 결정하도록 허용한다. 실제로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이 되었고, 늘상 불안하게 주위를 살피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며 항상 사람들이 우리를 지적이고 가치 있으며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주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은 그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고독의 선물이다. 가짜 자아에 기반을 둔 가족, 점유와 선입견, 판단과 의견에 얽혀진 자아들로 구성된 가족은 실패하기 쉽다.

가족의 구성원들이 고독 속에서 그들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도록 서로에게 고독을 허용하는 정도에 따라 참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 가족은 고독이 고독에게 입맞추고, 릴케가 말하듯이 “고독들이 서로에게 인사하는” 자리이다.

­「“영성과 가족”」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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