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눈으로 성경 다시 읽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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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성경 다시 읽으려고요"
  • 유형선
  • 승인 2017.02.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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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선 칼럼] 

미안하다 딸들아! 수민이 수린이와 자기 전에 함께 성경 읽는 시간을 가져왔는데 요즘 통 못 읽었어.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 미안해. 지난 일요일, 도대체 언제 다시 읽어주냐고 입을 삐쭉거리는 모습에 아빠는 깜짝 놀랐지. 너희들이 이렇게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줄 미쳐 몰랐어. 

비록 지난 2~3주 회사일도 바빴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는 핑계로 성경 함께 읽기는 못하였지만 그동안 아빠가 두 딸들과 성경 읽기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 온 이야기를 편지로 보여주고 싶구나. 또한 이 편지를 통해 아빠가 먼저 공부해보고 추천해주는 자료를 참고 우리 딸들이 스스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해. 그리고 조만간 잠자리에서 성경읽기를 다시 시작 할 것이라는 약속도 글로 남긴다.

그 동안 창세기부터 사무엘서까지 어린이를 위한 구약성경으로 수민이 수린이와 함께 읽으며 아빠는 너희들의 질문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단다. 너희들이 구절구절마다 아빠에게 묻는 질문에 아빠는 참으로 새로운 눈을 뜨고 있는 중이란다. 너희들의 질문에서 아빠는 지금껏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깨달았어. 40여년 평생 성당을 다녔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성경 읽기’를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었어.

부끄럽고 또 부끄럽구나! 그리고 이런 부끄러움을 우리 수민이 수린이를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아빠에게 딸을 가족으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단다. 그리고 요즘 ‘여성의 시각으로 성경 다시읽기’ 공부에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단다. 

사진출처=pixabay.com

예수님 이후 2천년 동안 이어져 온 교회 역사에서 분명한 것 한 가지는 교회가 제도적으로 정립되면 될수록 여성의 시각은 소수자의 시각으로 축소되어 왔더구나. 물론 어떤 이는 아무래도 세상이 남성중심이니 교회도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야. 그러나 예수님을 삶의 롤모델로 여기는 신앙인들이라면 옳지 않은 세상질서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인데 말이지. 안타까운 일이구나.

성경은 하느님의 이야기를 적은 기록이야. 그러나 사람을 통해서 기록이 되다보니 기록하는 사람의 세계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단다. 결국 성경을 읽는 지금 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끊임없이 재해석하는 작업이 바로 깨어있는 신앙인의 자세이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어찌된 일인지 소수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야. 억눌린 자들을 들어올리신 예수님이시고 예수님의 뜻을 따르는 신앙인들이라면 이런 왜곡된 현실을 가만히 두고 볼 일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시각으로 성경 다시읽기 공부를 한다는 것은 지금 이시대 부조리와 불평등을 들춰내어 바로 세우기 위해 지력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단다.

공부를 위해 일단 요즘 수민이 수린이와 함께 읽고 있는 구약성경 관련 자료를 우선적으로 찾았단다. 가장 먼저 부딪친 어려움은 자료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어.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경 이야기가 눈에 잘 띄지 않더구나. 아빠의 공부가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톨릭 신학자 분들의 자료는 찾기를 거의 포기한 심정이란다. 아직 아빠가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개신교 신학자 분들의 연구성과 몇 가지는 찾을 수 있었어.

우선 구미정 교수님의 <구약성서, 마르지 않는 삶의 지혜>(사계절)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구나. 구약성서 전체의 흐름을 청소년들 눈높이로 강의하시듯 글을 쓰셨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바로 옆에서 맛갈난 강의를 듣는 것 같더구나. 아주 재미있게 쓰신 책이었어. 훗날 수민이 수린이가 꼭 한번 스스로 읽어본다면 구약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단다.

백소영 교수님의 <성경으로 보는 사람사는 이야기>(CBS 성경 사랑방) 동영상을 두번째로 적어본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구약성경 해설 동영상이야. 아빠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수민이 수린이랑 구약성경 읽는 진도에 맞추어 한 편 한 편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단다. 총 65편이고 각 편마다 30분 남짓 분량이지. 세어보니 그 동안 아빠는 지금껏 22편을 보았더구나.

구미정 교수님과 백소영 교수님은 공통적으로 구약성경을 쉽게 설명하시면서도 구약의 구절 속에서 가난한 자, 억눌린 자, 힘 없는 자들과 함께 하시는 야훼 하느님을 분명하게 보여주신단다. 무엇보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여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여 분명하게 언급하시면서 여성의 시각으로 성경읽기를 시도하시는 모습이 뚜렷하시더구나. 두 딸들과 성경을 읽으면서 여성의 눈으로 성경읽기를 공부하고 있는 아빠는 바로 이런 자료들을 찾아 공부할 때 참으로 기뻤단다.

세번째로 찾은 자료는 강호숙 교수님의 <여성이 만난 하나님> (넥서스CROSS)이란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책 전체를 통해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성경과 교회제도와 신앙인의 삶을 이야기 하신단다. 작년 10월에 출간된 책이니 가장 최근에 출간된 연구성과이기도 하겠구나. 강호숙 교수님은 비단 성경읽기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 곳곳에서 여성의 시각을 등한시 할때 이 얼마나 편협한 신앙생활이 되는가를 지적하신단다. 훗날 수민이 수린이가 읽어보았으면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하느님의 메세지를 읽으려 노력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가시는 강호숙 교수님의 삶을 배웠으면 싶구나.

무엇보다 이번 2월에는 일요일마다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서 공부 모임을 나가고 있어.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하시다가 잠시 귀국하신 정나진 목사님께서 총 4회에 걸쳐 ‘문제적 성서, 여성의 눈으로 다시읽기’라는 제목의 강좌를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여셨단다. 며칠 전 일요일 낮에 아빠가 첫 강의에 다녀왔지.

강의 열기가 아주 뜨거웠어. 약 서른 명 정도 되는 참석자 분들 모두 입을 모아 이런 강의를 기다려 왔다고 이야기하더구나. 총 2시간 40분 정도 진행된 강의는 기나긴 교회 역사에서 안타깝게도 여성을 혐오해온 역사와 문화를 재확인하면서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어. 앞으로 남은 3번의 일요일 강의도 꼭 참석해서 공부하려는게 아빠 계획이야.

사람이 자신의 세계관을 바꾼다는 게 어려운 일이란다. 아빠는 부끄럽게도 사십여 년 인생에 여자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는다든지 세상 일을 바라보는 작업을 해 본적이 없었어. 그러나 이제는 변화하련다. 수련의 기간이 꽤 필요할 것 같아. 그러나두 딸 앞에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살려고 공부하련다.

다음 주 부터는 우리 잠들기 전에 함께 성경을 다시 읽어보자꾸나. 다윗 이야기부터 읽을 차례인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함께 읽을 생각하니 기대가 되는구나. 사랑한다 딸들아.


유형선 아오스딩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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