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부의 경제학이냐, 샬롬의 경제학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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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부의 경제학이냐, 샬롬의 경제학이냐?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1.31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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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경제 - 1

성경이 말하는 구원은 인격적이고 개인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이다. 성경의 구원은 인간이 어떻게 사회, 민족,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사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달리 말해 구원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넓은 의미에서 구원은 정치-경제적이다. 폭넓은 구원의 정치-경제적 의미가 가지는 두 가지 초점은 바로 정의와 평화이다.

구원은 불의로부터의 정의이다. 사실 성경이 주목하는 정의는 일차적으로 경제 정의이다. 왜냐하면 성경의 세계는 집단적인 경제적 불의라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시의 지배 엘리트는 사회적 부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고 인구의 90%는 가난하게 살았다.

성경은 힘 있고 부유한 엘리트들이 사리사욕에 맞게 세계를 구조화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즉 경제적 불의는 제도화된 가난과 궁핍을 초래한다. 그래서 경제 정의를 위한 성경의 열정은 인간 삶에 필수적인 것들인 땅, 식량, 생존을 위한 물질적 토대와 관련된다. 사회 체제는 모든 이가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 불의를 구조화하는 파라오, 헤로데, 로마 황제는 현실적으로 여전히 계속 존재한다. 인간은 그들로부터, 이 불의로부터 구원되어야 한다.

그림=RAJ SOLOMON

경제란 일반적으로 생산, 유통, 분배, 소비를 포함하는 일련의 인간 활동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경제(經濟)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말로서 “세상을 잘 다스려 백성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에서 경제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표현된다. 그리고 경제는 세상과 백성의 삶, 생활, 곧 살림살이와 관련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결국 경제라는 말은 “온 세상의 평화로운 살림살이”를 의미한다.

한편 서양말에서 경제(economy)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유래했다. 오이코스는 집을 뜻할 뿐 아니라 가정, 가족, 집안을 의미한다. 그리고 오이코스는 집과 그 집에 사는 모든 구성원의 안녕과 환경을 가리킨다. 그래서 집안은 기본적으로 그곳에 사는 구성원의 삶, 생명, 살림을 지속시키고 보호한다. 그리고 그 집안의 구성원은 모든 이의 공동선을 위하여 집안을 돌보는 책임을 가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제(economy)의 그리스어 어원인 오이코노미아(oikonomia)는 집안 살림의 계획, 경영, 관리, 청지기의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다양한 형태의 집안 살림, 곧 가정, 공동체, 민족, 세계의 살림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청지기의 일과 관련 있다. 그것은 집안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경은 두 종류의 경제학을 말하는데, 그것은 샬롬의 경제학(economics of shalom)과 부의 경제학(economics of wealth)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왕정의 등장은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새로운 경제 체제와 사고방식의 출현을 낳았다. 새로운 경제 활동의 원인은 왕정에 의해 초래된 여러 변화들에 기원하는데, 토지는 지배 엘리트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자원이 되고, 수도나 주요 도시들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왕국을 지탱하기 위하여 세금을 징수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권력은 억제와 균형 없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었고, 전통적인 통치와 경제 활동의 형태는 쇠퇴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동은 새로운 경제학, 즉 부(富)의 축적을 위한 부의 경제학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이 새로운 경제 체제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실천은 이 예언자들에 뒤이어 부의 경제학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예수는 부의 경제학과는 대조적인 샬롬의 경제학을 제시한다.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한 샬롬의 경제학은 율법에 토대를 두며 예언자들의 메시지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 예수의 가르침과 실천은 샬롬의 경제학을 실행하기 위한 율법과 예언자들의 초대를 계속하며, 경제적이며 정치-사회적인 구조의 변혁에로 초대한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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