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에서의 단출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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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에서의 단출한 삶
  • 수잔 그리피스
  • 승인 2016.04.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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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몽고의 울란바타르에서 보낸 것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내 삶의 이런 저런 것들을 나누면서 이 고유한 문화와 환경 속에서 단출한 삶이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밝혀보고자 한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에서 살며, 인구에 대한 가축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 몽고에서 채소를 키우는 것은 근래에 와서 새롭게 도입된 외국의 개념이다. 나라의 반은 아직도 유목 생활을 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개발되지 않은 초원에서 풀을 뜯게 하기 위해 가축 떼를 끌고 이동한다.

이곳은 아직도 법에 따른 땅의 소유 개념이 없다. 울타리가 세워지는 것은 그곳에 가축들을 가두는 것보다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몽고의 약 250만의 인구가 약 2천만 마리의 동물을 키우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3년째 살고 있다.

그 동안 단출하게 사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배우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는 공간의 단출함에 관해서였다. 대부분의 몽고 사람들은, '여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작고 둥근 텐트에 산다. 이 텐트에는 단지 둥근 방 하나만 있는데, 이 방은 부엌, 거실, 침실 그리고 심지어 음식물 가게 역할까지 한다. 몽고인들은 대부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한 방에서 함께 살며 자고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도시에 사는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하여 서구식의 큰집들을 짓는다. 그러나 겨울에 그들을 방문해 보면 다른 방들은 난방을 다 꺼놓고 온 식구가 여트에서 살 때 처럼 부엌 난로 옆에서 한데 모여 잔다. 나는 두개의 방이 있는 아파트에서 네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데 그래도 공간이 꽤 있는 이 집이 꽉찬 느낌을 자주 받는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을 딴 방에 재우려고 꽤 애썼지만 아이들은 한 방에 모두 함께 자는 것을 더 편안해 한다.

이 비좁은 집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야했다. 왜 우리는 거실과 침실을 따로 가져야 하는가? 혹은 침대 말고 의자를 왜 따로 가져 야 하나? 그리고 난방을 해야 하는 공간이 늘어나는데 꼭 따로 침실을 마련해야 하는 필요는 무엇인가? 음식과 단출함에 관한 내 생각은 이곳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곳의 음식과 그것에 관한 문화를 미국에서 우리가 음식에 대해 생각 하는 방식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장 큰 대조 가운데 하나는 음식의 다양성이나 부족의 개념이다. 시골에 사는 몽고인들은 보통 두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는다. 우유제품과 고기 뿐이다. 유목민의 삶이란 자신의 가축을 돌보는 것으로, 일 년에 4~6차례 더 나은 기후와 목초지를 찾아 움직인다.

매일 가족들은 그들이 키우는 가축 (말, 염소, 양, 소 혹은 낙타)에게서 젖을 먹고 필요할 때에 죽여서 고기를 먹는다. 가축의 젖으로 10가지 식품을 만들 수 있는데, 요거트를 만들거나 굳히거나, 암말의 젖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기도 한다. 고기는 보통 말리거나 끓여 먹는다. 고기의 종류도 온갖 가축이 있으므로 다양하다. 주변에 식품가게가 없을 때 우유제품과 고기는 유목민의 온전한 식사가 된다. 교환이 가능할 때 가족은 밀가루를 먹을 수도 있다. 밀가루로 온갖 모양의 만두를 만들거나 고기와 섞어 먹는다.

유목민들은 수천년동안 이렇게 살아 왔으며 단출함은 그들의 삶 속에 실제로 자리잡고있다. 거대한 초원을 이용하면서 그들은 아무 것도 낭비하지 않는다. 조금 사고,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것이다. 난로가 있는 600달러 짜리 텐트, 충분한 가축 떼,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좋은 기후이다.

그들의 가축은 말 그대로 그들의 생명줄이다. 동물들은 식량을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털과 가죽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나무가 희귀해서 짐승의 똥으로 난방을 하기도 한다. 유목민은 보통 짐승들을 모으고 지키며 풀을 뜯게 하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땅과 거기에 딸린 요소들에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날씨를 미리 알아차려서 언제 어디로 움직여야 할 지 파악하는 직관이 발달되어 있다.

텐트를 걷어 움직일 때에 뼈만이 뒤에 남는다. 짐승의 거의 모든 부분은 먹거리로 이용된다; 폐, 심장, 뇌, 귀, 눈, 그리고 내장 등속은 모두 먹는다. 나는 현재 러시아인들이 1990년 철수하기 전에 그들의 스타일대로 지은 벽돌 아파트에 살고 있다. 수도에 살고 있어서 이 나라의 온갖 다양한 시장들을 다 볼 수 있는데 요즈음은 과일과 채소들이 수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안의 모든 몽고 음식은 오직 “몽고식의 네 가지 기본 채소”만 사용한다. 그것은 감자, 양배추, 당근 그리고 순무이다.

이 영양이 풍부한 채소들은 추위에도 잘 견디며 저장과 출하에도 강하다. 주로 러시아인들이 이 채소들을 도시 거주민들의 식사에 포함시켰다. 몽고 사람들은 우유, 기름 혹은 소금으로 이 채소들을 맛있게 요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한해동안 나는 고기, 우유, 밀가루, 쌀과 위의 네 가지 기본 채소이외에 거의 다른 식품을 사지 않았다. 이 간단하고 똑같은 식사를 내 혀가 어떻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나 자신도 놀라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기를 조금밖에 먹지 않았지만 오늘 나는 이 몽고식의 고기 식사에 만족하고 있다.

이곳의 모든 고기는 유기적인 방법으로 지역에서 놓아 키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키운 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들의 거대한 초원을 보존하는 최상의 길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고기를 먹는 것이 이곳에서는 단출하게 사는 길이 되고 있다.

물의 사용에 있어서도 몽고 사람들은 그들의 위대한 실천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나라 대부분에서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 나라 수도의 백만 명에 가까운 인구의 반은 반쯤만 깨끗한 물을 사기 위해 급수장으로 걸어가야 한다. 어떤 도시 거주민들은 물을 사기 위해 조그만 물통이나 병을 갖고 약 1마일을 걸어가서 20갤런의 물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이런 사정 때문에 물은 집에서 아주 소 중하게 여겨진다.

몽고에는 이런 농담도 있다. 급수장에 갔다온 다음 식구들은 물로 무엇을 하는가? 먼저 집안의 가장(아버지)이 목욕을 하고 그 다음은 엄마, 그 다음은 아이들, 그리고 나서 그 물로 접시를 닦고 그 다음은 옷을 빨고, 다음으로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다 끝난 다음 온갖 것이 섞인 물로 벽에 회반죽을 해서 바른다. (몽고인들은 모 래/먼지/물이 섞인 것으로 회반죽을 만든다). 만일 몽고 사람을 만나면 이 농담을 해 보라. 그들은 이 농담이 어쨌든 부분적으로 사실임을 알기 때문에 언제나 웃음을 터뜨린다.

또한 물이 귀하기 때문에 나이든 몽고 사람들은 일년에 단 한번 목욕하는 것이 예사이며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거의 옷을 빨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이런 습관을 받아들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전에는 결코 해보지 않았던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샤워를 한다. 확실히 편 리함을 찾을 때 낭비가 따른다. 아파트에 살며 수돗물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텐트에 살 때 쓰는 물의 양보다 100배를 더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물이라는 자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 아직도 아파트 거주민들은 하루에 일정하게만 뜨거운 물이 공급되므로 의무적으로 뜨거운 물을 적게 쓴다.

물론 몽고는 위에 말한 오래된 방식으로부터 변화되고 있다. 몽고는 지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즉 공산주의체제로부터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 전 세계의 기후 상태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곳의 기후 또한 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즈음 유목민의 생활은 좋은 형편이 못된다. 여름은 지독하게 덥고 건조하며 초원을 태워버린다. 그리고 겨울에는 어마어마한 눈보라가 남아있는 작은 풀들을 깊숙이 묻어버린다.

유목민들은 건초를 저장해두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는 풀에 의지하고 겨울동안 짐승들은 얇게 덮인 눈 밑의 풀을 헤쳐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혹하고 긴 겨울을 살아남기 위해 풀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몽고의 가축들은 죽어가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20%의 짐승들이 죽었다. 이 저개발의 작은 나라가 자신은 전혀 책임이 없는 환경의 손상 때문에 삶 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만일 우리가 미국에서 단출하게 살 수 있 다면 몽고 유목민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보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미 모든 가축을 잃어버린 많은 가축지기들은 도시로 가지만 거의 일을 찾을 수 없는 비극을 겪고 있다. 몽고에는 생산이나 산업이 거의 없다. 이익이 남는 대부분의 품목들은 러시아인들이나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몽고 사람들은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쉽사리 착취당하고 있다. 또 다른 몽고인들은 한국 같은 장소로 더 나은 일거리를 잡기 위해 국경을 몰래 넘어가는 일도 있다.

이곳에서도 세계화의 흥미로운 현상을 볼 수 있다. 즉 환경파괴의 결과와 사람들의 이동 그리고 외국자본에의 의존 등이다. 무역의 세계화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도시 거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젊은이들은 이제 과거의 단출한 방식들보다 시장 물건들을 원한다. 나이키 상표가 어디에서나 눈에 띠고 서방세계에서 볼 수 있는 벽 낙서도 유행이다. 한편 몽고의 전통적인 의상보다 중국의 공장에서 만든 옷들이 더 인기가 좋다. 나는 화장품과 유행 옷 따위가 가난한 이들로부터 엄청난 돈을 갈취해 가는 것을 보며 슬퍼한다.

미국에서 왔기 때문에 몽고의 이 모든 변화가 결국 무슨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새로운 것들은 발전이 아니며 가질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내가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도 미국에 살 때보다는 이곳에서 훨씬 더 단출하게 선택하며 지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 몽고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식품 을 살 때에 나는 살충제나 유전인자의 조작 혹은 고기가 항생제 없이 키워진 것인지 의심하며 머뭇거리지 않는다. 또한 집에 공간이 없기 때문에 물건을 쟁여 놓을 수 없어 필요 이상으로 사지도 않는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배웠고 미국의 생활에 너무나 만연되어 있는 편리함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나는 주어지는 것을 사용하며 그렇게 견디는 것을 배운다. 아마도 미국에서 보다 훨씬 더 쉽게 아이들을 텔레비젼이나 컴퓨터 따위가 없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 명의 몽고 아이들과 내가 가진 집, 자원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비록 우리 집은 좁지만, 그래서 우리들은 더 가까워지고 더 친밀해질 것이다. 단출함은 우리에게 더 큰 결속감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나는 버스를 탈 때 이 사실을 경험한다. 아무리 사람들을 밀어 넣어도 언제나 한 사람의 자리가 더 있기 때문이다.

 

출처: <참사람되어> 2010.9.
원문출처: <The Catholic Worker> 2002년 1∼2월, by 수잔 그리피스

※ 수잔 그리피스는 현재 몽고의 울란바타르 시에 살고 있으며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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