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이다. 예수회센터에서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 10주년 심포지엄’이 있다고 해서 참석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와 우리신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예여공(예수님과 여성을 공부하는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이 주관하는 행사라 더 관심이 컸다. 요즘 여성신학과 여성인권, 교회 내의 여성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예여공의 발빠른 행보가 눈에 띄게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전체 사회는 예수회인권연대 정다빈 연구원이 맡고, 발제는 박정은 소피아 수녀, 이현숙 수녀, 이미영 연구원, 조민아 교수가 맡았다.
박정은 소피아 수녀의 시작 예식은 돌발적이었다. 제대를 화려한 붉은 천으로 꾸미고, 맨발로 그것도 빨간 패디큐어를 바른 사복 수녀의 현란한 춤은, 그 자체로 마리아 막달레나의 은유였다. 기조 강연을 맡은 이현숙 수녀는‘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오해와 진실’로 강의를 시작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덧씌워진 오해는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마리아’(루카 8,2)에서 차차 ‘음행의 죄를 짓고 회개한 여성’, ‘참회한 창녀’로 아담을 유혹한 하와의 본성을 지닌 여성들이 본받아야 할 ‘참회의 모델’이 된다.
그러나 1969년 교회는 이러한 해석의 오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녀의 지위를 ‘사도들과 대등한 성인’으로 격상했고, 2016년에는 전례 의무 기념에서 12사도와 동등한 ‘축일’로 승격하면서 ‘사도들의 사도’로 불리게 되었다. 이 배경에는 페미니즘을 받아들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2012년 로마에서 <마리아 복음서>에 대한 파격적인 연구발표, 그리고 교회 내부에서 여성에 의한 여성 담론의 확산과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쉬운 점은 이러한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의 여성들의 역할과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현숙 수녀는 AI 시대 ‘인간의 다정한 주체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말하면서 ‘여성들이 없는 예수의 공생활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다. 예수의 곁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말고도 많은 여인이 있었다. 어떤 이는 선교 활동에서, 후원자로, 십자가 곁에서, 무덤에서, 부활의 목격자와 증인으로서, 다락방에서 성령 강림의 순간에 함께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가부장적 구조의 소유물과 같은 존재였기에 복음서에 존재를 드러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여성들 없이 교회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치하하지만, 마리아 막달레나가 열두 사도에서 제외된 것처럼, ‘여성사제’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사제 문제에 대해서 이현숙 수녀는 출구 없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왜?’라는 질문 대신, 교회의 이해를 뛰어넘어 여성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그리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하느님의 여성성의 복원을 위해, 당대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을 창조적으로 상상해 보자고 제안한다. 다정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예수를 닮은 용기와 열정, 헌신, 꾸밈없는 모습을 가진 마리아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진정한 구원의 모습이 아닐까? 상상한다.
박정은 수녀는 “막달레나 공동체 복원하기”, 이미영 연구원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여성 리더십“, 조민아 교수는 ”‘자격 없는’ 이들의 수호성인,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발제자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시선과 다가가는 방법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체성을 가진 여인이었고, 그것의 발단은 예수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예수를 존재론적으로, 인격적으로 만난 사건이 그녀를 다정한 주체성을 가진 정다운 마리아가 되게 한다.
박정은 소피아 수녀는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된 것은, <마리아 복음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마리아 복음서>는 수천 년간 묻혔다가 1896년 발견되었다. 수녀는 ‘마리아 복음서의 영성’을 언급하며, 이 공동체는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했다고 한다. 교회 안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서로를 돌보고, 젠더, 문화, 나이를 넘어 ‘열린’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것, 여성주의가 남성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지혜이신 그리스도와의 친교 안에서 나오는 여성적 사랑으로 품고 가르치며, 여성성을 풍성히 나누는 공동체, 모든 사람과의 연대,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 우리 자신이 가난한 자라는 인식, 이것이 마리아 복음서의 공동체가 이해하는 그리스도교 영성이고, 깊이 있는 ‘제자도’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발제한 조민아 교수의 ”‘자격 없는’ 이들의 수호성인, 마리아 막달레나“는 내용이 도발적이라고 느낄 만큼 솔직하고 용기있다. 그래서 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적어본다.
조민아 교수는 ‘자격 있는 자’와 ‘자격 없는 자’를 말하며 ”누가 존경받을 자격이 있고 누가 없는가, 누가 구원받을 만하고 누가 그렇지 못한가“를 끊임없이 가르는 ‘자격’의 프레임을 지적한다. <다빈치 코드>라는 책에서는 막달레나의 중요성을 그녀의 제자도, 영적 지도력 때문이 아니라 예수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라는 역할로, 여전히 결혼과 출산의 틀 안에 가두는 ‘가부장적 프레임’을 반복하고 있다.
조민아 교수는 막달레나 성인 복권 작업에서 확인되는 핵심 명제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창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창녀가 아니었다’는 선언이 해방의 언어로 힘을 얻는 까닭은, 바로 그 뒤에 발설되지 않은 한 문장, 즉 ‘그러니 그녀는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복권이 성립하려면 ’창녀가 아님‘을 우선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 논리는 ’창녀‘와 ’사도‘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범주로 갈라놓는다. 사도이려면 성판매 여성이 아니어야 하고, 성판매 여성의 전력이 있다면 사도일 수 없다. 여기서 ’자격 있는 여성‘과 ’자격 없는 여성‘을 가르는 오래된 차별이 되살아난다.
조민아 교수는 은총은 자격이 있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지는 것이라며, 자격을 따지는 순간 은총은 보상이 되고, 보상이 되는 은총은 더 이상 은총이 아니라고 한다. 막달레나가 ’자격 없는 이들의 수호성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창녀가 아니었음이 증명되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살아낸 ’삶의 자리‘, 즉 귀신 들렸다 불리던 고통의 자리, 남성 제자들에게 권위를 부정당하던 자리, 후대의 교회에 의해 창녀와 광인으로 낙인찍히던 그 자리 자체가, 이미 하나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증언이란 자격 있는 자에게만 허락된 특권이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진실을 전하는 행위인 까닭이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달레나를 자격 있는 자들의 반열로 끌어올리는 일이 아니라, 자격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자리로 내려가, 그들의 삶 안에서 ’자격 없음‘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증언하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 빈곤과 글로벌 자본주의, 젠더 불평등, 이주 체제의 폭력, 군사주의 등 억압의 구조 속에서 사회의 외곽으로 몰려나 ’자격 없는 죄인‘으로 치부당하는 모든 여성과 남성, 성소수자들의 삶이 놓인 자리 말이다.
심포지엄 발제를 들으면서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해온 나조차도, 마리아 막달레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배워야 할 것은, 마리아 공동체 영성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이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품고, 가르치는 것, 소외의 시대에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이 주는 묵직한 의미와 질문들, 앞으로의 과제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지만, 이렇게 새롭게 마리아 막달레나를 만나게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자리, 여성인권, 여성 리더십의 미래는 밝다. 조민아 교수의 말대로 자격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자리로 내려가, 자격 없음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증언‘하는 일. 그 또한 우리의 몫이다. 애써주신 모든 발제자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이정화 크리스티나
가톨릭일꾼 코디네이터
신수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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