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천 년의 재즈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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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천 년의 재즈가 흐른다
  • 김선주
  • 승인 2026.04.1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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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사진=김선주
사진=김선주

재즈에서 예수의 냄새가 납니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변주를 통해 순간순간 재창조되는 선율에서 예수의 삶이 느껴집니다. 내 석사 논문은 이러한 예수의 삶을 ‘노마디즘(Nomadism)’에서 찾았습니다. 정주성(定住性)과 정형성(定型性)을 버리고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치유했던 예수의 삶은 재즈의 당김음처럼 긴장과 이완을 만듭니다. 복음서에서 만나는 예수는 유대의 종교 권력자들과 길거리에서 만나는 하층민들 사이에서 오는 긴장을 유연하게 타고 넘어가며 역동적인 스윙감을 자아냅니다. 예수는 재즈처럼 살았습니다.

내가 인도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박제된 역사적 기념물들을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부딪치는 사람들의 날것과 그 안에 담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는 것이 나는 훨씬 좋습니다. 인도에는 날것의 역사가 있습니다. 문명화 과정에서 낡고 오래된 것을 박물관으로 유배시키지 않고, 인도는 그것들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습니다. 골목과 사람들의 풍경 속에 오래된 원시문화가 숨을 쉽니다. 최첨단 과학 문명과 고대 문명이 한 도시 안에서 공존하는 게 인도입니다.

이젠 길거리의 리어카 과일 장사조차도 QR코드를 사용할 만큼 전자 시스템이 일상으로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인도는 원시적입니다. 원시적이라는 나의 말은 미개하다는 뜻이 아니라, 파괴적인 현대 문명에 대한 반성을 의미합니다. 원시성에는 존재의 날것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문명의 피로감에 젖을 때 거울을 보듯 그 원시성에 나를 비춰 보면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의 골목과 거리를 카메라 셔터를 느리게 열면서 걸어갑니다. 스쳐 지나가는 길거리 풍경에 셔터를 누르면 날것들이 역동적으로 포착됩니다. 굳이 앵글을 들여다보며 포커스를 맞추고 피사계 심도를 계산해 가면서 어렵게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인도의 거리에서는 들고찍기(hand-held)가 좋습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투 신의 역동적인 장면과 병사들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카메라를 고정시키지 않고 손에 들고 거칠게 흔들리는 신들을 많이 찍었습니다. 그런 기법으로 나는 카메라 셔터를 느리게 하여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향해 카메라를 툭툭 던지고 갑니다.

그러면 계산되고 계획되지 않은 것들이 앵글에 잡힙니다. 그것은 원시적 우연성입니다. 힌디와 이슬람이 섞이고 개와 소와 원숭이가 사람과 함께 거닐며, 오줌 냄새와 소똥 냄새가 머리채를 잡고 길바닥에 뒹구는 골목 풍경이 잡힙니다. 골목으로 뿌옇게 스며드는 햇살에 몇천 년의 먼지층이 엑스레이처럼 투시됩니다. 천 년의 시간 속을 릭샤(툭툭이)와 오토바이가 헤집고 다니며 빽빽거립니다. 골목이나 길거리 어디에서나 사내들은 바지춤을 내리고 오줌을 갈기고, 소들은 느린 걸음으로 걷다가 주저앉아 되새김질을 합니다. 사람과 소와 개와 릭샤와 자동차와 인력거꾼과 노점상과 수도승과 노숙자와 구걸인이 실타래처럼 얽히지만 이들은 오늘을 재즈처럼 유연하게 타고 넘습니다.

그 카오스의 한가운데를 걸어가다 보면 문명에 길들여진 내 머리가 마구 헝클어져 원시 상태로 돌아가는 걸 느낍니다. 인도는 천년의 재즈가 흐르는 나라입니다. 재즈를 흥얼거리듯 오래된 도시의 골목을 걷다 보면 불확정성의 미학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난 인도가 좋습니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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