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어두울수록 별을 봐야 합니다. 내 앞의 어둠에 몸을 묻으면 길을 잃게 됩니다. 별이 가리키는 방향을 볼 수 있어야 어두운 밤에도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하늘을 봐야 합니다. 자본이 만들고 기술이 구축한, 빠르고 정확한 기계(AI) 시대는 사람에게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 불리한 조건입니다. 지금 우리는 기계(AI)의 신기술을 호기심으로 즐기고 있지만, 그것은 머지않아 인간을 어둠으로 끌고 갈 것입니다. 나는 내 생애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두렵습니다.
IMF와 윤석열의 내란은 우리 모두의 힘과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임진왜란도 육이오 전쟁도, 호환(虎患), 마마(媽媽)도 우리는 다 견뎌냈습니다. 견뎌내고 이겨내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AI는 호환 마마보다 더 두렵습니다. 견뎌내는 것으로 대응되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 될 것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이 내 생애에 등장할 것입니다.
테슬라가 그것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휴대폰과 자동차, 가전제품, 자동화 시스템들이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망으로 연결되고 나면 사용의 편리성을 넘어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닥칠 것입니다. 이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할 것입니다.
몇천 년 동안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고 물어왔지만 명쾌한 답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물어야 합니다. 묻지 않으면 우리 안에 있는 인간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묻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기계(AI) 시대에 인간의 고유한 모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사랑, 절망, 고통, 환희, 가난, 아픔, 영혼, 초월적 감각, 슬픔, 죽음, 영원, 서사 같은 감각적 실재가 기계(AI)에 대비되는 인간의 고유성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물음으로 나는 내 삶의 전반기를 돌아보며 글을 썼습니다. 사랑과 우정과 가난과 슬픔과 기쁨과 아픔과 열정과 절망과 괴로움과 죽음과 생명 들에 관한 에세이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습니다. 이것은 기계(AI)가 경험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성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종교성입니다. 도그마로 자기 영혼을 꽁꽁 묶고 있는 제도 종교가 아니라, 인간 안에 웅숭깊은 우주적 심성으로서의 종교성 말입니다. 그 종교성을 통해 나는 인간과 세계를 봅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책 <대신 울어주는 여자>는 이러한 종교성의 먹물을 찍어 썼습니다. 현대적 글쓰기는 기계적으로 퇴화되었습니다.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제시하고 레퍼런스를 통해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은 수학처럼 공식화되었습니다. 학술 언어가 글쓰기의 전범이 된 것입니다. 그 글은 논리적 정합성은 뛰어나지만 문학적 기능과 유연성은 제거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에세이는 가장 원시적인 글이며 논리적 정합성을 뛰어넘는 초논리적 논리를 담지합니다.
에세이는 저항입니다. 기계적 정합성으로 쓰는 학술적 글쓰기에 대한 생물학적 저항입니다. 살아 꿈틀대는 생물학적 유기성(有機性)이 내 정신의 지향점이며 글쓰기의 지향점입니다. 학문 지식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상과 웅숭깊은 지혜를 풀어 놓는 것이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가르치는 글이 아니라 치유하는 글입니다. 그래서 나는 에세이를 씁니다.
삶이 지치고 마음이 꿀꿀한 날, 이 책 한 번 잡솨바, 라고 감히 권해 드립니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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