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초고압송전탑,변전소 반대 곡성군대책위 출범식에서
-장진희
시앙골 가는 잔등에 서면 먼바다가 보였다
쪽달이라도 낮처럼 환했고
달 없는 밤 별빛으로 길을 잡아
잔등으로 굿 보러 갔다
웜마 웜마 저것이 뭣이여?
뭐긴 뭐여 괴기잡이배제, 집어등 켜놓고 괴기 잡는 것이여
칠흑 같은 어둠 속 수평선 한 줄 훤히 빛나는 딴세상이었다
바닷가 마을에도 드디어 전기가 들어왔다
노랑붉은 알전구 신기하고 따뜻해
불 켜놓고 꼼지락대면
부모형제 서로서로 빨리 끄라고 소락대기를 질렀다
전기세 무서운 살림살이
여인들 들일 하다 모태서 강강술래 놀던 시앙골 갱번에서
고기 잡다 늦어진 종호 아재는
그 저녁 도깨비들 장난에 물고기를 하나하나 던져주고 빈 망태로 돌아왔다
언제부턴가 그 많던 도깨비가 다 세상을 떠버렸다
초상집 지붕 위를 맴돌다 올라가던 혼불도 다시는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 불빛 아래 들깨와 나락은 알곡을 못 맺고 이파리만 무성했다
우리의 넋도 얼이 빠졌는가
새끼들 낳지 않는다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다
빨래터에서는
부잡한 서방 패고 싶듯 빨래를 두들겼고
입방아 찧어대며 원없이 웃어제꼈다
이제는 세탁기가 한다
배부르고 편해졌다 그런데 재미없고 우울하다 밤 늦게까지 바쁘다 모탤 일도 없다
몸 쓰는 일 머리 쓰는 일 최첨단산업이 해준단다
공짜는 없다
사람보다 백배 천배 물을 먹고 전기를 먹는다
우리는 목마르고
논밭도 염전도
후손에게 물려줄 산하도
에너지고속도로에 내주란다
사람과 뭇생명은 죽이고
로봇과 인공지능을 살리잔다
세상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끝도 없이 내달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로봇과 인공지능의 식민지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넋과 얼을 가진
사람이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였다
숨 쉬고 물 먹고 밥 먹고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람 있다면
늬들끼리 해라
거기서 해라
미래는 최첨단산업에 있지 않다
미래는 땅과 뭇생명들에게 있다
저주파 없는 숨 쉬고
맑은 물 먹고
우리 땅에서 내주는 것 끓여먹고
몸도 마음도 넋도 튼튼하게 살다가
후손에게 물려주지 못 한다면
우리 아들딸 손주들은
로봇을 잡아먹고 살 것인가
인공지능으로 숨쉴 것인가
아직 사람이라면
사람들아
이 미친 짓을 제발 그만두어라
복본(複本)의 꿈을 지녔던
흰옷 입은 사람들아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무주에서 진도, 지금은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