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다 보면 무고한 이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곁에 가까운 형제가
그런 고통을 당하고 있어
함께 기도하며
이 기도문을 작성하여
그에게 헌정합니다.
행여 그런 이가 세상에 또 어딘가 있다면
이 기도문을 함께 나누기 바랍니다.
모든 억울함을 풀어 주시는
위로자이신 주님,
상처받고 짓밟힌 영혼이 당신 발 앞에 무릎 꿇습니다.
이 불쌍한 저를 굽어살펴 주소서.
억울함의 무게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 자녀를,
당신께서 불쌍히 여겨 주소서.
거짓의 칼날이 가슴을 찢고,
부당함의 사슬이 손발을 옭아매고 있사옵니다.
주님, 저는 지금 남몰래 울고 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웃어 보이지만—
혼자 남겨진 이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눈물이 쏟아집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이곳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이 시간에,
저는 당신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르짖습니다.
주님, 저는 지금 깊은 밤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사방을 둘러싸고,
억울한 누명이 산처럼 위에 쏟아져 내립니다.
진실을 말해도 거짓으로 여겨지고,
선한 의도마저 악의로 뒤틀려 돌아옵니다.
평생을 정직하게, 떳떳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성실히 살도록 노력했습니다만—
세상은 삶을 한순간에 무너뜨렸습니다.
땀과 눈물로 쌓아 올린 모든 것이
거짓된 말 한마디에 허물어지고,
저는 그 폐허 위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주님, 저는 너무나 외롭습니다.
광야 한가운데 홀로 버려진 듯,
깊은 우물 밑바닥에 갇힌 듯,
아무도 울부짖음을 듣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외면하고,
동료들은 고개를 돌리며,
심지어 가까운 이들마저 의심의 눈길을 보냅니다.
밤마다 눈물이 베개를 적시고,
새벽마다 신음이 방을 채웁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하고 묻고 또 묻지만,
침묵만이 돌아올 뿐입니다.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피를 흘리고,
영혼은 무수한 상처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한때 자신 있게 걷던 발걸음은 이제 비틀거리고,
빛나던 눈빛은 이제 깊은 어둠에 잠겼습니다.
모든 억울함을 풀어 주시는 위로자이신 주님,
바로 지금, 이 절망의 순간에—
당신의 자비의 손을 내밀어 주소서.
이 불쌍한 저를 굽어살펴 주소서.
잿더미에서 부르짖던 욥의 기도를 들으셨듯이,
동굴 속에서 울부짖던 다윗의 탄식에 응답하셨듯이,
겟세마니에서 피땀 흘리시던
예수님께 천사를 보내셨듯이—
지금 저에게도 당신의 임재를 드러내 주소서.
남몰래 흘리는 이 눈물을 당신께서 보고 계심을 알게 하소서.
혼자가 아님을,
당신께서 이 어둠 속에서도 함께하심을 깨닫게 하소서.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을 당신께서 세시고,
신음 하나하나를 당신께서 기억하시며,
고통 모두를 당신께서 품어 안고 계심을 믿게 하소서.
주님, 찢어진 영혼에 치유의 기름을 부어 주소서.
세상이 저를 버렸을 때, 당신은 붙드소서.
사람들이 외면할 때, 당신은 바라보소서.
친구들이 의심할 때, 당신은 믿어 주소서.
억울함을 아시는 분은 오직 당신뿐이시고,
진실을 보시는 분도 오직 당신뿐이십니다.
평생 흘린 땀을, 바친 헌신을,
지켜온 성실함을—
당신은 하나도 잊지 않고 모두 기억하고 계심을 믿나이다.
주님, 저에게 깊은 위로를 허락하소서.
슬픔의 깊이만큼 깊은 위로를,
고통의 무게만큼 큰 평안을,
어둠의 두께만큼 밝은 빛을 주소서.
남몰래 눈물 흘리는 이 자녀를 당신만은 알아주소서.
한밤중 잠 못 이루며 뒤척일 때,
당신의 천사들을 보내시어 지켜 주소서.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오늘도 새로운 날이 주어졌구나" 하는 희망을 허락하소서.
혼자 걸을 때 당신의 발자국 소리를 듣게 하시고,
말없이 앉아 있을 때 당신의 음성이 마음에 속삭이게 하소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놀라지 마라, 나는 네 하느님이다.
내가 너를 강하게 하고, 너를 도와주며,
내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어 주겠다."
주님, 저에게 견딜 힘을 주시되—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힘이 아니라,
이 시련을 통과하여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참된 힘을 주소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던 예수님께서
베로니카의 천으로 얼굴을 닦으셨듯이,
작은 위로의 순간들을 허락하소서.
낯선 이의 친절 속에서,
예기치 않은 말 한마디 속에서,
뜻밖의 도움 속에서—
주님의 사랑이 전해지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 이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소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련을 통해 더 깊은 신앙으로,
더 강한 믿음으로,
더 순수한 사랑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불 속에서 정제되는 금처럼,
풀무불 속에서 빛나는 은처럼—
이 시련을 통해 영혼이 더욱 맑아지고,
신앙이 더욱 단단해지며,
인격이 더욱 빛나게 하소서.
훗날 이 시간을 돌아볼 때,
"그때 주님이 나를 단련하셨구나,
그때 주님이 나를 가장 깊이 만나 주셨구나"
하고 고백할 수 있게 하소서.
주님, 성경의 약속을 삶 속에 이루어 주소서.
"눈물을 흘리며 씨 뿌리는 이들은
기쁨에 겨워 단을 거두리라" 하신 말씀처럼—
지금 남몰래 흘리는 이 눈물 한 방울도 헛되지 않게 하시고,
지금 겪는 고통 하나도 의미 없지 않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결국 정의가 드러나며,
진실이 승리하고,
성실한 삶이 다시 빛나는 날이 오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 절망하지 않게 하소서.
어둠이 가장 깊을 때가 새벽이 가장 가까운 때임을,
겨울이 가장 추울 때가 봄이 문턱에 와 있음을,
십자가가 가장 무거울 때가 부활이 가까워진 때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부활 없는 십자가가 없듯이,
이 고난 뒤에도 반드시 부활의 아침이 올 것임을 확신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바라보며,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당신의 참된 증인이 되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 지혜를 주소서.
혼란과 불의 속에서도 진실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사람의 미움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알아볼 수 있는
영적 통찰을 주소서.
성령의 빛으로 마음을 밝혀 주시어,
선한 길과 바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 용기를 주소서.
억울함과 고통이 무너뜨리지 못하게 하시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끝까지 가셨던 예수님의
그 용기를 마음에 심어 주소서.
두려움 대신 믿음을,
주저함 대신 담대함을 주시어,
진실을 증언하며 끝까지 꿋꿋이 서게 하소서.
주님, 저에게 희망을 주소서.
절망의 어둠 가운데서도 부활의 빛을 바라보는 희망을,
이 고난이 끝나고 새로운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확신을 주소서.
그 희망이 삶을 다시 일으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빛이 되게 하소서.
모든 억울함을 풀어 주시는 위로자이신 주님,
이 불쌍한 저를 굽어살펴 주소서.
모든 성인·성녀들이 시련 속에서도 당신을 붙들었듯이,
끝까지 당신을 의지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 안에서 평안을 얻고,
당신의 품 안에서 참된 위로를 받게 하소서.
위로와 지혜와 용기와 희망을 가득 채워 주셔서,
끝내 정의와 평화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증거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삶이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믿음의 증거가 되게 하시고,
억울함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희망의 등불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겪은 이 어둠이 훗날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고,
흘린 이 눈물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며,
견뎌낸 이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간절히 비나이다.
아멘.
조광호 신부
1967년 천주교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여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신부가 된 다음 독일 뉘른베르크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천주교 주교위원회 출판국장으로 천주교 200주년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독일유학 후 한국현대미술 50년전, 일본 국제 현대미술전 및 국내외(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10여 차례 개인전과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월간 영성문화교양지 <들숨날숨>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강화 동검도 채플과 갤러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대표적인 미술 작품으로는 부산 남천 성당 유리화와 서울 2호선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그대 문의 안과 밖에서>, <꽃과 별과 바람과 시 - 조광호 신부 그림 에세이>, <얼굴 - 조광호의 그림과 글>, <Angel - 조광호 신부 명상 Drawing>, <조광호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