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끊임 없는 선택의 갈등 속에 있다. 내 뜻과 하느님의 뜻 사이에서 영적 분별의 지혜는 없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직면합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관계를 결정할 때,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우리는 질문합니다. "과연 이것이 옳은 선택일까?" 그리스도인이라면 여기에 더 깊은 질문이 따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일까, 아니면 단지 내 욕망일까?"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이 드린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는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십자가의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선택권과 여지가 있으셨습니다. 하늘의 천사들을 부르실 수도 있었고, 예루살렘을 떠나 갈릴리로 돌아가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인류의 구원이라는 더 큰 사랑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기꺼이 선택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된 자유의 모습입니다. 외적 강요가 아닌, 사랑에서 우러나온 자발적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선택을 통해 예수님은 죽음마저도 생명으로 변화시키시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실현하셨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 뜻과 하느님의 뜻을 분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내 뜻대로 행한 후에 내 행동에 대한 책임지는게 맞을 것이란 주체성이 강한 현대인에게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란 말씀은 때때로 책임 전가하려는 얄팍한 심리가 있을 수 있기에 끊임없는 영적 분별(spiritual discernment)이 요구됩니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그 모든 결정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솔직히 벅찬 과제처럼 느껴지고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내 뜻을 하느님의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일상에서, 때로는 역사적 삶의 현장에서 지켜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딜레마
우리의 삶은 처음부테 끝까지 매 순간 끝없는 선택의 축적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고된 것은 이 때문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ㅡ선택의 딜레마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이 갈등 에 직면합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 관계를 결정할 때,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우리는 질문합니다. "과연 이것이 옳은 선택일까?" 그리스도인이라면 여기에 더 깊은 질문이 따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뜻일까, 아니면 단지 내 욕망일까?"
이 분별은 결코쉽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현실적으로 우리의 뜻과 하느님의 뜻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일것입니다. 오히려 갈등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때로는 갈등하며, 어떤 선택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솔직한 모습일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은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2천 년 동안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고민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지혜가 있습니다. 이 지혜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정리해보면, 우리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 영적 선배들이 제시한 분별의 원칙들
1. 마음의 정화: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초대교회의 영적 스승들은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 욕망이나 두려움, 편견이 판단을 흐리고 있지는 않은지 솔직하게 성찰하는 것입니다.
<실제 적용>
-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조용한 시간을 갖고 내 마음의 동기를 살펴보기
-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깊이 질문해보기
- 물질적 이익이나 사회적 인정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점검하기
2. 사랑의 기준: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을 행하라"고 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에 바탕을 둔 선택이라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적용>
- 내 선택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가?
- 이 결정으로 인해 용서와 화해, 치유가 일어날 수 있는가?
- 정의롭고 평화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3. 내면의 평화: 마음이 편안한가?
하느님의 뜻에 따른 선택은 깊은 내적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물론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그 근본에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에서 오는 평안이 있습니다.
<실제 적용>
- 결정을 내린 후 마음이 편안해지는가, 아니면 더 불안해지는가?
- 일시적인 흥분이 아닌 깊고 지속적인 평안을 느끼는가?
- 불안의 원인이 외부의 어려움인가, 아니면 내적 갈등인가?
4. 공동체의 지혜: 혼자만의 판단을 경계하기
하느님의 뜻은 개인을 고립시키지 않습니다. 건전한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더 명확해집니다.
<실제 적용>
- 신뢰할 만한 사람들과 상의해보기
- 가족이나 친구들의 솔직한 조언 듣기
- 신앙 공동체의 관점에서도 검토해보기
5. 시간의 검증: 서두르지 않기
중요한 결정일수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성급함보다는 인내 가운데서 더 분명해집니다.
<실제 적용>
- 당장 결정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충분한 기도와 성찰의 시간 갖기
- 감정적으로 흥분된 상태에서는 중요한 결정 미루기
-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기
셋: 현대적 맥락에서의 적용해 봅시다
직장과 진로 선택에서
"이 직장이 나에게 맞을까?" "전직을 해야 할까?" 같은 고민에서도 위의 원칙들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연봉이나 조건만 보지 말고, 그 일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내 재능을 건전하게 발휘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연애나 결혼, 우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과의 관계가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지, 진정한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건전한 공동체의 시각에서도 축복받을 수 있는 관계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들에서
큰 결정뿐만 아니라 일상의 작은 선택들에서도 이런 원칙들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 사용, 돈 사용,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이것이 사랑에 바탕을 둔 선택인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갈등할 때의 지혜
그렇다면 내 뜻과 하느님의 뜻이 명백히 다르게 느껴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가 큰 위로가 됩니다. 예수님도 십자가의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셨지만, 결국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무조건적인 굴복이 아니라, 더 큰 사랑과 선을 위한 자유로운 선택이었습니다.
우리도 때로는 즉각적인 만족이나 편안함을 포기하고 더 큰 선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억지로 강요된 것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 자유로운 결정일 때, 비로서 그것은 진정한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마음의 자유를 찾아
결국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은 참된 자유를 찾는 여정입니다. 겉으로는 내 뜻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더 큰 사랑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는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순종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사랑에 기꺼이 응답하는 것이 됩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그 사랑에 감동받아 기꺼이 부모의 마음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넷: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별은 완벽한 과학이 아닙니다.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나중에 돌이켜보니 다른 선택이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완전함까지도 하느님은 사랑으로 수용하시고 또 다른 상황으로 사용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사랑의 하느님은 끝까지 우리를 선으로 이끄신다는 믿음입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을 구하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사랑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공동체의 지혜를 구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 이런 자세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점점 더 하느님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 기도가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될 때, 우리는 진정한 평화와 기쁨,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나침판은 언제 어디서나 북쪽을 가리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향한 예수님의 생애가 그러했습니다. 예수님의 이 모습이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했던 자유로운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광호 신부
1967년 천주교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여 서울 가톨릭대 신학부를 졸업하고, 신부가 된 다음 독일 뉘른베르크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천주교 주교위원회 출판국장으로 천주교 200주년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독일유학 후 한국현대미술 50년전, 일본 국제 현대미술전 및 국내외(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10여 차례 개인전과 여러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월간 영성문화교양지 <들숨날숨>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강화 동검도 채플과 갤러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대표적인 미술 작품으로는 부산 남천 성당 유리화와 서울 2호선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그대 문의 안과 밖에서>, <꽃과 별과 바람과 시 - 조광호 신부 그림 에세이>, <얼굴 - 조광호의 그림과 글>, <Angel - 조광호 신부 명상 Drawing>, <조광호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