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 우리 함께 나서 보자. 누가 나의 소송 상대인가? 내게 다가와 보아라.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이사야 50,4-9ㄴ)
오늘 복음은 어제처럼 예수의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 이루어진 유다의 배신 이야기를 루카복음을 통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서의 ‘세번째 종의 노래’에 나오는 독서를 두고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우리나라 정치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읽으면 퍼뜩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과 윤석열 전 대통령입니다.
이재명은 검찰에 의해 수많은 혐의로 재판에 걸려 있고, 최근 있었던 선거법 관련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2021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천 원 상당의 식사비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검찰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10만4천 원... 참 낯뜨거운 검찰입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지금은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4월 14일 첫 번째 공식 재판정에서 윤석열은 모두진술을 포함해 총 93분간 직접 마이크를 잡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합니다. 기사회생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윤석열은 피고인 형편인데도 위풍당당 호언장담 방약무인 염치불구하고 말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아마도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파면으로 정신이 파탄 났는지도 모릅니다.
현재 윤석열이 심어놓은 실질적 권력자인 대통령 권한대행, 대법원장, 검찰총장이 그대로 살아있고, 후안무치 국민의 힘 의원들의 입담이 더럽고 거칠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내내 이재명을 매질하고, 수염을 잡아 뜯고, 뺨을 때리고, 모욕과 수모를 주려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재명은 “우리 함께 나서 보자. 누가 나의 소송 상대인가? 내게 다가와 보아라.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재명은 소년공 출신입니다. 출신이 미약하다는 점에선 노무현 대통령을 닮았고, 실용주의자라는 점에선 김대중 대통령을 닮았습니다. 오늘은 그이가 잘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보다 더 고난이 많았고, 그만큼 성숙해진 모습이어서 다행입니다. 그이가 대통령이 되어도 좋고,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보람이 없지 않으리라 장담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진보(혁신)정당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지만, 그래서 줄곧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을 지지해 왔고, 지금은 녹색당원이기도 하지만, 잠시 그 꿈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이 나라와 민중 생존권 차원에서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내란’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털어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진보정치가 시동을 걸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주님께 이 나라의 운명을 맡겨드리며 ‘주님의 종’이 접은 날개를 펴라고 빌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적고나면, 진보정치를 위해 독자후보를 내려고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마음으로는 늘 그분들을 지지하는 까닭입니다. 그분들과 관련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는 것은 그게 정당의 본분이기에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제각기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필요할 테지요. 다만 내란상황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판단도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제가 바라는 최선은 지방선거와 다음 총선을 기약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제 정당과 시민사회가 기왕이면 단일대오로 연대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정치의 생리에 미숙한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