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회적 필요 노동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사회적 필요노동 시간이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상품들을 생산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하나의 예로,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사람이 하는 노동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노동의 종말’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사회적 필요노동’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이라는 미국의 학자는 “제3부문”에서의 사회적 필요노동을 말합니다. 제3부문이란 노동시장이 아닌 시민사회의 영역입니다. 건강, 예술, 사회참여 등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시민사회는 경제생활의 밖에 있는 세계로 노동을 통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곳입니다. 시민사회에서 하는 일은 생산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민사회의 활동을 공짜 노동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특별히 돌봄, 예술, 사회참여 활동은 봉사활동에 가까웠습니다.
이제 우리는 ‘노동=생산력’이라는 공식에 이별을 고해야 할 때입니다. 물론 생산성 있는 노동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과 국가는 여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노동을 가능한 많이 제공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종말’ 시대에 우리는 시장으로부터 받는 “직접임금”만이 소득이라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것은 ‘사회적 필요노동’을 시장 밖에서 찾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노동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보자는 말입니다. 제3부문인 시민사회 영역은 사회문화적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은 매우 다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례로, 통영에서는 일종의 사회참여 수당 지급을 실험했습니다. 바닷가의 쓰레기들을 줍는 활동입니다. 노인들이 많은 지역이기에 사업 참여자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입니다. 이분들은 환경보존에 참여하며 용돈을 벌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런 사업은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또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노동들을 소득과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라고 여겨집니다. ‘사회적 필요노동’ 개념을 공동선에 필요한 활동 개념으로 확장시킬 여지가 생깁니다.
“노동의 종말-우리가 행하는 모든 노동에 대해 소득을 지급하라!
전쟁이 아닌 사랑을 만들라-사랑이 노동이다. 공짜 노동은 이제 그만!” (카펜치스)
심현주(율리안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가톨릭 신학과에서 사회윤리를 전공하고, “글로벌 문화와 지역 문화 간의 관계”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현재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대우교수,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독일 Ordo Socialis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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