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내가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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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내가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도로시 데이
  • 승인 2022.11.15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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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의 빵과 물고기 19-피터 모린, 인격주의자

“내가 당신에게 내 마음의 한 부분을 주고 당신이 나에게 당신 마음의 한 부분을 주면, 우리 두 사람은 우리 마음에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오”라고 그는 말하곤 하였다. 우리에게 와서 수년간 도와주었던 거칠고 열정적인 이태리 소년인 죠우는 피터 모린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곤 했다. “그는 당신에게 읽을 책 목록을 주지요. 그래서 당신이 일찍 자러 가서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으려고 하면 당신을 찾아내서 더 많은 것을 가르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요,”라고 말하곤 했다.

(죠우는 무슨 일이든지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바닥을 문지르고 청소하고 신문을 부치고 이웃을 방문하고 쫓겨난 가족을 돕길 원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예쁜 소녀들이 자원 봉사하러 저녁때에 왔을 때 그는 이마를 손으로 탁 치며 그를 공격한 자력 같은 유혹을 가리키면서 “천국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군!”라고 말하곤 하였다.)

한번은 피터가 진짜로 허기진 상태로 강연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알바니, 피츠버그, 혹은 버팔로로 갔었는지 잘 기억은 안난다. 그가 황급히 먹고 있을 때, 죠우가 그를 보며 “마지막 식사를 언제 한 거예요?”라고 물었다. 피터는 “지난밤이야”라며 간결하게 대답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돈이 없었어. 그들은 나에게 차표만 주었지.”

그러자 죠우는 퍼부었다. “당신이 자발적 가난을 말하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들은 당신의 말을 듣는 것도 호의를 베푼 것이라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자 피터는 주머니에 25달러가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죠우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래요!, 그들은 산악인인 아놀드런에겐 아마도 200내진 500달러를 주었을 거예요. 단지 그가 영국인이고 정장을 입었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그들은 당신에게 25달러를 주었어요!”라며 죠우는 놀렸다.

피터는 무엇이든지 쉽게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축적해 놓은 지식의 보고를 들쳐 볼 때에 그는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어 코에 쓰곤 가장 좋아하는 저술가들 중 한사람의 책에서 발췌한 것들을 읽기 시작한다. 그는 바우어리 구역에 있는 야매시장에서 안경을 구입하였다. 때때로 안경은 그의 코에 반쯤 걸쳐 있는데 그것은 싼 테의 확대경이었을 뿐이었다. 일년 이상을 그는 한쪽 다리가 없는 안경을 썼는데 그래서 얼굴 한쪽으로 안경이 흘러 내렸다.

우리 중 누구도 결코 새 안경을 그에게 사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아무도 안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안경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피터는 끊임없이 읽어 댔고 또 읽은 것에 관하여 온갖 해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일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호주머니에서 꺼낸 책과 신문으로 그의 말을 강화시키려 했으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세게 주장하였다. 갖고 다니는 책들 중에 어느 날 그에게 공동선에 관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이라는 책이 있었다. 피터의 사상에 관심을 보이고 배우길 열망했던 명랑하고 예절 바른 여자가 방문하고 약간의 기부를 하기 위하여 잠깐 들렀다. 피터는 즉시 그녀에게 그 책을 주었다. 그녀는 5년이 지난 후에도 책을 읽을 시간이 결코 나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 다시 되돌려 주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피터는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책 중에서 관련 있는 부분을 복사하여 가져 왔다. 그는 먼저 그것을 우리에게 큰 소리로 읽어 주고 나서 게시판에 붙여 놓곤 했다.

피터는 선동가였고, 사람들을 선동해 놓고 내버려두었다. 내가 클리브랜드 환대의 집에서 연설하고 있을 때 나를 만나러 온 한 변호사를 기억한다. 그때 그는 “피터는 내가 이곳에서 개업하는 것을 그만두고 아칸소 중심부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곳은 공문서상으로 차별이 있는 곳이고 사람들이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신지체자’의 불임을 고려하고 있지요”라고 말하였다. 아칸소가 아니라 미시시피나 알라바마였는지도 모르지만, 그 변호사가 피터의 제안 때문에 끔찍하게 곤란스러웠다는 사실은 그가 다른 이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을 나에게 증명해 준 셈이다. 그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의 동기와 소명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도록 하였다. 나는 이 방문자가 “나는 부를 얻기 위해서 변호를 해야 하나요, 아니면 동료인간들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내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느꼈다.

한번은 누군가가 한 인터뷰에서 나를 “권위적” 이라고 묘사하였다. 후에 농민 노동자들의 약혼식에서 내가 해 주었던 말의 녹음 테이프를 다시 들어보니, 내가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말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때 이후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비참함과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 말할 때 다른 이들의 안락함에 대하여 분개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이들이 느끼지 않도록, 좀더 부드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내가 교훈적이라면 그것은 피터 모린이 나의 선생이었기 때문일 것이며 그가 나에게 살아갈 원칙과 공부할 과목을 주었기 때문이며, 그리고 지금까지 30년 이상 동안 내가 이 길을 걷도록 한 피터의 제안의 정당함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확신 할 수 있습니까?” 라고 한번은 마이크 월리스가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나에게 물었다. 그는 짜증이 아니라 어떤 놀라움을 갖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나의 확신이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만일 확신을 느끼지 않는다면 전혀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만일 나에게 신앙적인 측면이나 이 운동에서의 나의 소명에 관해 어떤 회의와 의심이 찾아온다면 나는 그것을 어떤 유혹으로서, 또한 내가 함께 나누어야 할 세계의 수난과 고통으로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럴 때일지라도 더 깊은 곳에서 나는 확신 할 것이다. 비록 나 자신에게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내가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희망한다, 왜냐하면 내가 희망을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길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할지라도. 바로 이러한 갈망들은 하느님께서 갈망의 사람이라 부르며 보상해 주신 다니엘처럼 하느님에 의해 보상 될 것이다.

나는 피터가 성인이었고 위대한 스승이었음을 확신한다. 다만 아주 솔직히 말해서, 때때로 내가 진정으로 그를 좋아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는 나보다 20살이나 위였으며, 너무나 투박한 어조로 말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의 이면을 꿰뚫어 보기가 어려웠었다. 그는 올곧은 마음을 지녔으며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고 디킨스나 토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읽지도 않았으며, 목욕을 하지 않았다.

여름이나 그가 아팠을 때에는 한 방에 같이 있기가 힘들 때가 있었다. 늙고 병들었을 때에야 우리는 그를 매주 토요일에 목욕을 시키고 옷과 침대를 갈아 줄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보살핌을 받아야 했을 때만 그를 돌볼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쓰는 것에 대하여 민감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피터를 극진히 존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좋아함’이 아니라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또한 그는 내게 그에게서 배운 모든 것이 견실한 것이며 우리에게 내 놓았던 프로그램이 우리시대에 적절한 것이었음을 확신 시켜 주었다.

피터가 베네딕도 요셉 라브르 성인과 닮았다면, 그것 역시 우리들에게는 교훈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시간을 청소하고 옷을 갈아입고 빨래하면서 정신과 영혼을 무시한 채 썩어 없어질 육신만을 돌보는데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빵과 물고기>는 미국 메리놀선교회 출판사인 올비스사에서 1997년에 발간된 Dorothy Day의 <Loaves and Fishes>(빵과 물고기)를 '참사람되어'에서 2000년 3월호에 번역한 것입니다. 도로시 데이가 이 책을 쓴 것은 1963년으로, 가톨릭일꾼공동체 운동이 시작된 지 30년만에 운동의 시작과 일꾼들의 삶을 간결하고도 따뜻하게 회상하고 있으며 운동의 입장과 신앙과의 통합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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