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모린,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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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모린,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
  • 도로시 데이
  • 승인 2022.11.01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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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의 빵과 물고기 17-피터 모린, 인격주의자

우리는 애덕을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이르러야 한다. 그런데 애덕실천이란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헐벗은 이를 입히고 갇힌 이들을 방문하고 집없는 이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는 등등을 의미하였다. 우리는 우리자신이 가난하게 되고 가진 모든 것을 줌으로써 이 일을 해야하였다. 그러면 다른 이들도 또한 주려고 할 것이다. 자발적 가난과 애덕실천이 그가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들이었다. 이것이 그의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이 메시지는 너무나 호소력이 강해서 우리로 하여금 행동하도록 영감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로 인하여 우리들은 늘 바빴고 그 외에도 온갖 종류의 문제들 속에 우리를 몰아넣었다.

성 바오로는 “우리는 세상에, 천사들과 사람들에게 구경꺼리였으며... 모든 것의 쓰레기”라고 말하였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였다. 문제는 우리가 실천하는 환대가 언제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큰댄, 마가렛, 메리, 스탠리, 도로시 그리고 톰 등 우리는 얼마되지 않아 공동체를 이루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은 제법 많은 가난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사람들이 우굴거리니 확실히 당신들은 더 많이 일해야겠군요. 그렇게 하면 적어도 그곳을 좀더 깨끗하게는 유지할 수 있겠죠”라고 말하곤 하였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는 전개되지 않았다. 도움을 얻고자 오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계속 일해야 했으며 이어 피터의 말을 들을 시간조차 없게 되었다.

피터는 일을 도우려고 했지만 너무나 비효과적으로 일했다. 우리는 환대의 집과 아파트를 난로로 덥혔다. 이웃에 있는 석탄과 얼음 파는 남자가 부엌에 있는 아이스박스에 채울 큰 얼음덩어리와 8갤론의 석탄을 가져다주었다.

피터는 의자를 수선하기 좋아했듯이 불을 지피는 것을 좋아했으나, 엄청나게 낭비하면서 했기에 나는 의아했다. 처음에 그는 꺼져가는 불을 쏟아붓는다. 그리고나서 그는 느슨하게 다발로 묶은 종이쏘시개를 던지고 그 다음에는 목탄이나 부셔진 상자조각들을 던졌다. 피터는 목탄을 더 선호하였다(아울레트 주변 숲에 목탄 버너가 있었을까? 타고 있는 목탄은 이태리와 멕시코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나서 목탄 숯 위에 먼저 타다 말은 석탄을 넣고, 그 다음에 새 석탄을 넣었다. 불피우기가 끝났을 즈음의 피터는 존코트가 표현하곤 했던 것처럼 “물소같이” 끙끙거리고 헐떡거렸다. 재를 뒤집어쓰고 거기에 서있곤 했다. 머리와 눈썹과 주름진얼굴과 귀, 그리고 특히 그의 넓은 어깨와 무릎에 재를 덮어썼다. 만일 우리가 솔로 닦아주지 않았다면 그는 바람이 그를 씻기고 비가 그를 닦아주는 식으로 그대로 서 있었을 것이다.

한번은 피터가 정문 옆에서 무릎을 끓고 앉아 사무실 바닥 닦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과 노고의 가치에 대해 몇 가지 관점을 설명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는데, 그것은 정신과 영혼과 신체에 좋다는 것이었고, 그가 어지럽게 해 놓은 것을 치우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사의 표현이 없었다.

매일 어느정도 손으로 하는 노동을 피터는 필요로 했다. 그는 노동일정을 짜는 것을 좋아했으며 때때로 그것들을 지켰다. 그러나 그는 융통성이 있었고, 인격주의자였기 때문에 인간이 먼저 중요했다. 공동농장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그가 짰던 일정 중 하나를 소개한다:

5시~ 7시 들에 나가 일함
7시~ 9시 미사
9시~10시 아침식사
10시~11시 독서 혹은 토론
11시~ 2시 휴식 혹은 공부
2시~ 3시 강의 혹은 토론
3시~ 4시 간단한 점심식사
4시~ 5시 수공예에 대한 공부
5시~ 8시 들에 나가 일함
8시~ 9시 저녁식사
9시~ 5시 잠자기

이런 일정은 지면상으론 매우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천하기엔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일하는 여성이라면 청소하고, 빨래하는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알고 있다. 피터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겟세마니의 나이든 던 원장이 나에게 가톨릭일꾼을 “세상 안에 있는 형제수도회”라고 생각한다고 편지를 썼을 때 아마도 그는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처럼 옷을 입고 자며, 목욕을 사치한 것으로 여겼던 가톨릭일꾼의 지도자 피터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피터는 죽을 때까지 바우어리 여관에서 잘 때에는 신발에 바지를 말아서 만든 단단한 베개를 베고 잠을 잤었는데, 이곳은 밤에 물건들을 훔쳤던 약탈하는 이웃으로부터 잠자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작 닭 철조망같은 빈약한 울타리가 있었을 뿐이었다.

 

<빵과 물고기>는 미국 메리놀선교회 출판사인 올비스사에서 1997년에 발간된 Dorothy Day의 <Loaves and Fishes>(빵과 물고기)를 '참사람되어'에서 2000년 3월호에 번역한 것입니다. 도로시 데이가 이 책을 쓴 것은 1963년으로, 가톨릭일꾼공동체 운동이 시작된 지 30년만에 운동의 시작과 일꾼들의 삶을 간결하고도 따뜻하게 회상하고 있으며 운동의 입장과 신앙과의 통합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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