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만나 부처를 닮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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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만나 부처를 닮을 때까지
  • 장진희
  • 승인 2022.05.30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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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의 시와 산문
사진=장진희
사진=장진희

지리산 벽송사

-장진희

출세 좀 할랑께 한표 줍쇼 마천면소재지 유세 무리를 지나 깜박등 예고도 없이 코앞에서 튀어나오는 차에다 빵빵빵 신경질을 울리고 씨부럴 욕을 씹었다
바짝 마른 칠선계곡 따라 오른다
저 안 불렀다고 쫓아와 여러니 밥 비빈 판에다 먹던 술을 부어버린 팔푼이 이웃 아짐한테 욕을 양동이로 퍼부운 지 석달이 지나도록 용서를 비는 그니를 아는 체도 안한다
삼십년도 넘은 친구를 끊었다
씻김굿 당골이 무명베 하얀 고를 풀듯 육십평생 맺힌 애증을 풀자고 얼르고 달래고 풀다풀다 그만 아흔둘 늙은어미를 자르고 말았다
입하도 소만도 지나 날 더워질 때 빨갛게 익는 손톱만한 딸기, 텃밭에서 달게 따먹으며 봄도 오기 전에 장에서 사라진 왕방울만한 딸기를 생각했다 왜 여름딸기를 겨울에 먹어야 할까 석달열흘 무섭도록 타들어가는 가뭄은 그탓이려니

권력욕탐 후보 부처님
사고유발 잠재자 하나님
안 착한 아짐 알라님
비틀어지며 늙어가는 친구 탱그리
평생 딸보다 당신 먼저 어미 천지신명
불타는 지구 위대한정령
그래 나도 부처다

마음에는 눈에는 보고싶은 것만 보인다는데
산을 만나 산을 닮고 물을 만나 물을 닮고 바람을 만나 바람을 닮는다는데
반천년 소나무 아래
눈을 감고 앉는다
부처를 만나 부처를 닮을 때까지
모두가 부처로 보일 때까지
물그릇 앞에 놓고 물그릇만 보일 때까지
단비 쏟아질 때까지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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