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인 시인, 기적처럼 그의 몽유시처럼 부풀었던 배가 가라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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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인 시인, 기적처럼 그의 몽유시처럼 부풀었던 배가 가라앉고
  • 장진희
  • 승인 2022.04.24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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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의 시와 산문

"장진희의 독거도 미역귀에는 세상 모든 어미들의 질긴소망
피에타
자비를 베푸소서
담겼으니
그대의 시집 강추합니다."

엊그제 카톡으로 이런 문자를 보내온 박남인 시인.
그가 이번 4.16 때 팽목에
복수 찬 배불뚝이
난민촌 아이처럼 깡마른 몸을 가누고 나와
시를 낭송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적처럼
그의 꿈결 같은
몽유 시들처럼
부풀었던 배가 가라앉고
몸에는 살도 좀 붙어
갯샘 앞 청자네서
언제나처럼
막걸리 한 사발 앞에 놓고
기양
고사만 지낸다 하더라도
죽림 바닷가 솔밭 보건소 그의 아내 명수 씨와
바쁘게 재잘대던 그림
속에 같이 앉을 수 있기를!
그가 페북에 올린 글입니다.

 

장진희와 질그릇

-박남인

너는 언제나 오돌오돌한 미역귀와
제자리에서 아리랑 시치미를 떼고 온다
장날 붕어빵봉지에 매달린 찔레꽃
시궁창에서 철사줄로 튀밥장수 한나절 수입 지폐를 꽂아올리던
진희 소전막걸리집 갈포래
솔바람 싹 지운 입살로 아직도 가슴깊이 접힌 당신의 시집 짭짤한 한 뭇의 표지

강계 솔숲에서 간 밤 노숙하던 별자리와 그릇이 비어있을 때 오래된 충만감이 온다 조금난리 장날 길타래를 풀고
지리산 장돌뱅이의 새벽 갈증을 식혀주었을 한 모금의 진양조 금갑만호 막걸리여
아무런 수식도 문양도 굽도 없이 노자의 묵은 철학적 비유가 율려로 멤돈다
한 때는 내 하루의 첫 세상 입맞춤
단무지잠을 헹구는 주모가 새로 담근 열무김치나 두부국을 담고
마주하던 너 진희낭자
국물이 탁자로 흐를 때마다 나는
대성동 축대밑으로 숨던 누이와
어머니의 비손이 별빛을 모으던 곳
양은 그릇 애기똥풀 건지뜨는
부질없는 세상 욕망이 이그러지고 호미질선수 성숙이 시금치 한 단 깔아놓으면 바람세다 섬살이 도리없네
모서리 닳은 둘레밥상 젓가락 장단에
온 몸이 바래지도록 네 입술 거친 숨결을 씻겨주던 앞산 급창둠벙
삼별초 여인들의 북소리 가득하다
여귀산 시향골에 노을든다
아기장수 탯줄 끊은 억새풀잎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눕는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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