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일꾼운동은 너무 낭만적인가?
상태바
가톨릭일꾼운동은 너무 낭만적인가?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11.21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끝내는 말

가톨릭일꾼 공동체에서 떠남은 도착만큼이나 나에게 많은 성찰을 요구했다. 항상 돈이 필요한 랄프는 내 손에 10달러를 쥐어주며 “버스에서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서 “아니오”라는 대답을 원치 않았다. 지난 밤 집까지 가려면 버스로 36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았고 낸시 수녀는 나를 놀렸다. 죠안은 내가 공동체에 있었던 이유에 대하여 실없는 평가를 했던 것에 대하여 사과했다.

난 스티브와 악수했다. 우링스에게 작별인사를 했을 때, 참 이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지만 결국 내가 존경하게 되었던 그는, 돌아서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크리스틴은 나에게 말하길 거부했다. 마이클은 나를 껴안고 잘 살라고 했다. 샤론이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앤 수녀는 지하철 정류장에서 작별을 했다. 기차가 정거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우리는 껴안았다. 수녀는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빨리 돌아서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우리는 지난 몇 달동안 가까워졌지만 어떻든 눈물은 뜻밖이었다. 전철 안에서 나는 샤론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이제 3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는 공동체에서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온통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시도로 가득찬 시간이었다. 무력한 사람들의 모습과 냄새가 지하실에 배어있었고 늦은 오후 사람이 없을 때는 불길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아침에 사람들이 가득할 때에는 무서웠다. 1층은 나이가 들었든 젊었든지 간에 삶이 부서진 사람들로 들끓었다. 5층의 늘어진 침대와 끝없이 바뀌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공동체가 모든 사람에게 결코 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드물게 상처받은 이들의 울음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때가 있었다. 엘리오트는 몇해 전에 “전 세계가 모두 병원이다” 하고 쓴 적이 있다. 그들의 고통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의 고통을 깨닫기 시작했다. 바우어리 사람들이나 동부의 가난한 사람들은 내가 상황에 따라 제외할 수 없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모두는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조건은 같은 것이다. 이 사실이 공동체에 와서 내가 배운 가장 어려운 교훈이었다.

또한 나는 우리 사회의 기본구조들에 대하여 깊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경제, 정치, 사회체제들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그것이 물질적인 결핍 이상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거대한 도시 안에서 사람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유기되는가? 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있는가?

우리 삶에서, 아마 우리 세기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지식의 발견이나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우리자신이 한 인격체로서 또한 사회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섬기는 결단과 투신을 할 수 있겠는가 이다. 우리시대의 이념들과 혼란 속에서 인간의 얼굴과 영혼을 다시 발견할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다.

가톨릭일꾼운동은 사랑과 섬김의 변혁하는 힘을 지난 수년간 계속 믿어오고 있다. 소련의 숙청바람이나 나치독일의 죽음의 수용소, 베트남전쟁 때에도 일꾼운동은 이 믿음을 견지하였다. 어떤 사람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변혁하는 사랑의 힘에 대한 비전, 증오와 폭력의 배경 한가운데에서 나오는 이 비전이 너무 단순하고 낭만적으로 생각될 것이다. 또한 세계도 이 사랑의 힘보다 다른 길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지난 45년간(역주:이 글은 1978년에 씌어졌음) 가톨릭일꾼운동은 보다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비젼을 제시했다. 내 자신이 직접 그변혁을 목격하고 나서 이 사랑의 비전을 결코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