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폴 엘뤼아르 선생님 (Paul Éluard 1895.12.14-1952.11.18) 善終 70주년 !
초현실주의 이상을 살아낸 사랑의 시인!
자유와 평화를 노래한 정치의 시인!
시인이 써내려간 자유를 읽으며
우리 시대의 불편하고 불온한 자유를 성찰한다.
자유 (Liberte)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황금빛 조각(彫刻)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밀림과 사막 위에
새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밤의 경이(驚異)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약혼 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멋없는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鐘)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는 너의 이름을 쓴다살포시 깨어난 오솔길 위에
곧게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 앉은 나의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나의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게걸스럽고 귀여운 나의 강아지 위에
그의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의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된 불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균형 잡힌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초월한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대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욕망 없는 부재(不在)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그 한 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자유(自由)여.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신자
Senex et Operarius Studens 窮究하는 늙은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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