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일꾼의 집 당번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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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일꾼의 집 당번을 하지 않는다
  • 마크 엘리스
  • 승인 2021.11.07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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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4월 20일

4월 20일

난 이제 더 이상 일꾼의 집 당번을 하지 않는다. 지난 며칠간은 2층에 있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보았다. 오후에는 산보를 가거나 그냥 편안하게 쉬고 있다. 간밤에 죤이 나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마침내 기부금을 내라는 요청대신 어떤 기금에서 나오는 돈을 받았다.

죤은 보통 때 농담을 많이 하지만 오늘밤 그는 심각했다. 그는 교회에 대해, 공동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죤과 같은 사람은 이곳에 몇 달 동안 있은 사람이 갖는 피상적인 인상을 자주 바꾸어 줄 수 있다. 내가 있는 동안 무척 많이 겪었던 폭력에 대해 죤은 20년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얘기를 해줄 수 있고, 내 체험의 의미를 올바르게 잡아준다.

그는 폭력이 주기적으로 오는데, 어떤 때는 몇 달동안 계속되고 또 어떤 때는 거의 일년동안 조용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갈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한다. 약물중독과 실업이 그 원인이라고 죤은 분석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돌아왔을 때 죤은 이층 침실로 올라가고 나는 일층에 누가 집을 지키고 있는지 보러갔다. 마가렛이 샤론을 대신하여 집 당번을 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의자에서 자고 있었고 방은 조용했다. 그는 편지답장을 쓰고 있었다. 난 2층에 올라가 텔레비전에서 무엇을 하는지 기웃거렸다. 루이스가 서부영화를 보고 있었다.

다시 아래층에 내려가 자려고 했을 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퍼킨스가 복도에 취한 채 앉아 있었다. 마가렛은 그를 바우어리호텔에 데려다 줄 수 있겠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퍼킨스가 나를 쳐다보며 “제발”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곯아 떨어져 버렸다. 이렇게 취했을 때 그를 바우어리 호텔에 데려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건드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것은 어떤 예술과 같다. 언제 그가 단지 비틀거리는 것인지 혹은 진짜 넘어지는 것인지 잘 알아야 한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그렇게 걷다보면 늘 30분 이상 걸린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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