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전포동에서 연민을 실천하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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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전포동에서 연민을 실천하는 한의사
  • 장영식
  • 승인 2021.09.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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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성부부한의원 김영우 원장
사진=장영식
사진=장영식

89학번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양의학보다는 한의학이 더 전망이 좋을 것 같아 한의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그가 입학한 동의대학교는 1989년 3월 말부터 부정입학 사건이 밝혀지면서 학생들의 시위가 격화된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교문 밖으로 가두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였습니다. 5월 2일도 학교 정문 앞 주변에서 시위가 가열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사복경찰 5명을 붙잡아 도서관 7층 농성장 옆 세미나실에 감금하였습니다. 경찰은 감금된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5월 3일 새벽, 안전장치도 준비하지 않은 채 도서관 진입을 강행하였습니다. 격렬한 진압 과정에서 도서관에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결과 진입하던 경찰 7명이 사망하고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그는 한의학과에 들어와서 공부하는 서클에 가입했습니다. 그날 새벽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로 갔지만, 교내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출입이 통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화재에 의한 경찰의 사망과 부상으로 학생들은 76명이 구속되었습니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4명에게는 무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신입생이었던 그는 인명 사고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학생운동의 탄압은 더 심해졌고, 학생운동도 위축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학생 시절에 정부의 한의학에 대한 몰이해에 맞서 상경 투쟁에도 참여했습니다. 처음으로 닭장차도 경험했습니다. 격동의 시절이었습니다. 1995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병으로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동의대학교 한방병원 전문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는 사상체질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 때 함께 공부하던 이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는 부산 연제구에서 개업했고, 그이의 아내는 한방병원에 취업하였습니다. 2006년, 전포동에서 40년이 넘도록 한의원을 운영했던 장인이 사망하자, 2007년 1월 보성부부한의원으로 통합 운영하게 됩니다. 그렇게 14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이의 진료 철학을 묻자 “욕심 부리지 말고,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라고 말합니다. 말은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철학입니다. 욕심이 모든 화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욕심을 버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이는 장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젊은 나이에 마을 자치위원 등 동네 토착 유지들이 가지고 있을 감투를 고스란히 떠안았습니다. 전포복지관 운영위원도 맡았습니다. 전포복지관은 2년 7개월 동안 수탁 법인과 갈등을 겪었고, 해고자도 발생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운영위원장으로서 복지관의 정상화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부산진구의회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는 등 그이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는 부당하게 해고된 사회복지 노동자가 원직 복직된 것에 대해 “다행스럽다.”라고 소회를 밝힙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라고 말합니다.

전포동은 부산에서도 그리 변화가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혼자 황혼을 맞이하는 독거노인들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마을이 최근에 급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아파트가 지어지고, 원룸들이 생기면서 환자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환자 중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힘들고 피곤하다.”라는 분을 진맥하고, 풍기를 느껴 신속하게 큰 병원으로 이송시킨 일도 있었습니다. 그분의 아들도 양의학 의사였는데, “고맙다.”라며 인사를 한 적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의사는 부를 쌓는 사람이 아니라 ‘연민’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감염병이 만연한 세상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의술을 실천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욕심내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만이 아는 행복입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 2021년 가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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