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는 약속처럼, 멎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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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지지 않는 약속처럼, 멎어 있을 뿐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9.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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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3월 29.31일

3월 29일

우리는 많은 것을 지니고 있으나
겨울의 해처럼
그것들은 그저 따뜻하거나 덧없이 지나가 버린다.
채워지지 않는 약속처럼, 멎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꿈이 깨어졌을 때
겨울은 다시 돌아온다.
그러면 무엇이 우리를 구해 줄 것인가?
어루만지는 손들이.
따뜻한 포용의 손들이.

 

3월 31일

내 창문밖에 있는 차가 지옥의 천사 서클 회원들에게 난도질을 당했다. 네 개의 바퀴가 모두 칼자국이 나 있고 이제 천사들은 쇠몽둥이로 차의 창문들을 내리치고 있다. 이렇게 벌거벗겨진 차들은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온갖 것이 다 갖추어진 차도 밤만 지나면 핸들이나 뒤의 헤드라이트만 남겨 놓고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간다. 심지어 엔진까지 없어진다. 이러한 파괴가 대낮에 일어난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지옥의 천사 클럽 본부는 바로 길가에 있다. 그들은 빌딩 전체를 세내어 놓고 이렇게 환영의 인사를 한다. “이 지점에서 붙잡히는 통행객들은 보이는 즉시 총알 세례를 받을 것이다.” 문밖에 그들은 20여대의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낡은 의자 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협한다. 그 곁을 지나가면 그들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지 어떤 짓을 할지 정말로 짐작할 수가 없다. 나는 언제나 길 저편으로 돌아간다.

제이슨의 소위 “집”은 9번가와 A대로가 교차하는 한 모퉁이에 있다. 그건 나무로 된 신발대인데 제이슨은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건 그와 그의 커다란 개에게는 집이 된다. 신발대의 크기는 7피트 길이에 4피트 넓이다. 제이슨에게는 난로가 하나 있고 원하는 대로 왔다 갔다 한다. 바우어리 호텔의 방보다 더 좋다.

제이슨은 이곳에서 내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또다른 사람이다. 제이슨은 남부 출신으로 30대 후반의 나이이며 밥을 먹기 위하여 온갖 이상한 일을 다 해보았다. 그는 밤 9시면 일꾼집에 수시로 나타나는 친밀한 친구이다. 때때로 그는 부드럽고 이성적이지만, 갑자기 전혀 이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난폭해지곤 한다. 제이슨은 여성들에게 특히 마가렛에게 함부로 대한다. 며칠전 밤에는 1층에서 새벽 1시가 될 때까지 세명의 봉사자들을 잡고서 놔주지 않았다.

그는 밀어 제치기에는 너무나 몸집이 컸고 봉사들에게 의자를 던지거나 식탁을 뒤엎는 일이 많았다. 9번가를 걸어갈 때 그의 집에서 제이슨이 일하는 것을 보았는데, 나에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 왔다. 그는 어제의 행동에 대하여 자주 사과한다. 그에게서 술냄새도 절대로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그를 난폭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그가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나 단순히 배고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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