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평화가 일꾼 집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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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평화가 일꾼 집에 찾아왔다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9.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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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3월 25.27일
사진=한상봉
사진=한상봉

3월 25일

새벽 3시이다. 소방차 엔진 소리와 유리 깨지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2번가에 있는 빌딩에 불이 났다. 꿈을 꿀 무렵 일어났다. 그 꿈에서 나는 길을 잃어버리고 홀로 거리를 헤매며 가족을 찾고 있었다. 난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이 등을 꾸부리고 신문으로 덮으면서 잠을 자려고 하였다. 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을 때 피가 흐르고 있다. 난 빨리 그에게 가서 봐줘야겠다고 중얼거렸지만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소리를 질렀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등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돌아다보았는데 모퉁이로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다시 그 남자를 보았을 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신문지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3월 27일

이상한 평화가 일꾼 집에 찾아왔다. 지난 이삼일간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죠디는 경찰에 잡혀 있고 부르스는 다른 곳에 가 있다. 봄이 오고 있다. 오늘 현관문이 열렸고 신선한 공기와 오후의 햇살이 조용함에 빛을 던져 주고 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이곳에 머문다는 것이 어떤 조화처럼 느껴진다.

마가렛과 샤론이 잠깐동안 다니러 와서 인사를 한다. 루스와 랄프는 감자를 깎고 당근 자르는 일을 돕고 있다. 낸시 수녀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죠셉은 마루를 쓸고 나서 식탁을 치우고 있다. 저녁 후에 에밀리와 나는 11번가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일꾼 집에서의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외로움과 웃음 사이의 대조가 정말 실제로 느껴진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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