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쾌활함은 이곳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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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쾌활함은 이곳에 맞지 않는다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21.07.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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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3월 11일, 12일

3월 11일

실패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다.
싸움터의 풍경이 그 실패를 증명하고 있다.
이곳에
황혼 속에
항상 그런 것처럼 맞섬이 있다.
저녁 시간은 죽음과 맞서고
아침이면 말씀과 침묵과 맞선다.
이곳에
두 개의 세계로
갈라놓는 황혼 속에서
나는 의심과 웃음을 지니고 그의 편으로 다가가리
그의 행렬이 나의 행렬을 재로 둘러싸지 않는다면
그리고 살아남고 증언하기 위하여 외로운 목소리를 남기지 않는다면
이곳에
두 개의 세계로
갈라놓는 황혼 속에서
(어떻게든 합치려고 하면서도)
희생자가 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3월 12일

미네소타의 가톨릭 대학에서 열 사람이 이곳에서 10일간 머물기 위하여 도착했다. 그들은 매리 하우스에서 나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 마루에 있는 두 개의 침대와 목욕탕을 쓸 수 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낭을 가져왔다. 아침에는 스프라인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떨어진 타일을 고치고 밖의 창고에 있는 썩은 나무들을 정리할 것이다. 내일은 청소하고 떨어진 마루의 왁스칠을 다 털어 낼 것이다. 이곳에서 할 일은 너무나 많다. 페인트칠, 긁어내기 그리고 청소는 시작일 뿐이다. 대부분 이런 일은 한 주일이나 열흘 동안 머무는 그룹 봉사자들에 의해 처리된다.

그들은 쾌활한 그룹이다. 오늘도 스프를 준비하면서 낄낄거리고 노래도 한다. 그러나 이 “즐거움”이 내 비위를 건드렸다고 고백해야겠다. 삶으로부터 상처 입은 이곳 사람들을 섬기는 것은 그것도 노래하며 섬기는 것은 실제 상황에 반(反)하는 느낌을 준다. 아마 그들은 이곳에서 긴장되기 때문에 노래함으로써 그들이 보는 것을 견디어 내려는 것 같다. 상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이곳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놀래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 스티브에게 “노래”에 대하여 말했다. 어떤 쾌활함은 이곳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동의했다. 난 더 참아야겠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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