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혁,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한 우리 동네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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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혁,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한 우리 동네 약사
  • 장영식
  • 승인 2021.06.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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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임성혁 약사는 마을 어르신들이 약국을 방문했을 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확인합니다. 친절은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사진=장영식)
임성혁 약사는 마을 어르신들이 약국을 방문했을 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확인합니다. 친절은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사진=장영식)

그이는 우리 동네 약사입니다. 진해 사람이 부산에서 약대를 졸업하고, 밀양과 울산을 거쳐 전포동에 정착했습니다. 그이는 어릴 때부터 진해라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이 신기루였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되었고, 연좌제 때문에 사관학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이는 분단사회의 아픔을 안고 약대에 진학했습니다. 약대에서 부조리한 사회의 온갖 문제에 대해 깨우쳐 가게 됩니다. 그이가 약대에 입학한 해에는 강경대, 박창수 열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사망 사건은 그이가 세상에 눈뜨게 되는 충격적 사건들이었습니다. 강경대 열사 사건을 통해 시인 김지하와 박홍 신부 등으로 대변되던 지식인들의 껍데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박창수 열사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6월항쟁으로 쟁취했던 공화국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었습니다.

그이는 “세상에 눈뜨게 되고, 모든 면에서 사람들의 노동과 희생에 의해 세상이 억압과 착취에서 해방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상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정의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이는 2001년 전포동이라는 생소한 마을에서 약국을 열었습니다. 전포동에 연고는 없었지만, 주민들께서 인생과 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전포동은 서면이라는 부산의 중심지에서 가까운 곳이었지만, 50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마을입니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마을입니다.

그이는 “이곳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과도 가깝고, 경제적으로 힘이 든 분들도 계셔서 복지관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라고 말합니다. 한 자리에서 20년을 있다 보니 부동산 가격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운동복 차림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몇 년이고 공부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습니다. 가족 간에 서로 돌볼 여유도 없이 일해도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식사조차 챙기기 어려운 아르바이트생들과 자영업자 사장님들, 그리고 안정제를 먹어야 치료가 되는 환자분들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꿈을 버리고, 오로지 성장을 목표로 달려왔던 사람들의 몸과 영혼에 병을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이도 “이 팍팍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고백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20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임성혁 약사. 그이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진=장영식)
우리 동네에서 20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임성혁 약사. 그이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진=장영식)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대입니다. 그이는 감염병에 대해 “아직까지 특효약이나 전문가는 없습니다. 연구자들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유일한 예방책은 마스크와 손 소독이 백신에 뒤지지 않는 부작용 없는 예방책”이라고 합니다. 그이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뉴스와 과장된 오보가 공포가 되어 방역을 방해하고 있습니다.”라며 한국의 언론 상황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이는 동네 약사로서 사람들에게 식사를 거르지 말고,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이 좋은 면역 증가법이라고 소개하며, “내가 건강해야 이웃이 안심하고, 이웃이 건강해야 내가 안전하다.”고 강조합니다.

그이는 우리 동네 전포종합사회복지관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복지관의 위, 수탁 문제의 모순을 말합니다. 근본적으로 고용이 안정되지 못하는 위, 수탁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법인의 잣대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것을 막아주지 못하는 제도는 바뀌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마을의 건강한 공공재를 병적으로 사유화하려는 것은 감염병을 대하듯 예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는 가치와 신념으로 약국을 운영합니다. 사회의 건강이 육체의 건강이 되고, 영혼의 건강이 유지된다고 믿습니다. 그이는 마을 어르신들이 약국을 방문했을 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확인합니다. 생명사랑과 인간존중의 마음은 친절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친절은 곧 사랑입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 2021년 여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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