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국 목사, 낮에는 연대활동 밤에는 대리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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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국 목사, 낮에는 연대활동 밤에는 대리운전
  • 장영식
  • 승인 2020.10.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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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의 벗으로 자리하고 있는 최헌국 목사.(사진=장영식)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의 벗으로 자리하고 있는 최헌국 목사.(사진=장영식)

세월호 진실버스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으로 오는 날, 그이도 함께 왔다. 언제나 현장에서 마주쳤던 그이는 생명평화교회 최헌국 목사다.

최헌국 목사는 대전에 있는 침례교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안양에서 7년 동안 개척교회로 목회를 시작했다. 그 시절에 안양에서 박창수 열사의 죽음과 시신 강탈을 겪었다. 새카맣게 병원을 포위했던 공권력의 폭력을 몸서리치도록 체험했다.

이후 최헌국 목사는 대전과 공주와 부여에서 농촌(공동체 복지)목회를 했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기존 교회에서도 목회 활동을 하다가 사임했다. 그이가 다시 개척교회를 꿈꾸다가 개척한 생명평화교회는 가정예배로만 드리고, 2008년부터 예수살기와 촛불교회를 통해 사회선교적 현장 목회 활동에 투신했다.

 

최헌국 목사는 고착화 된 예배당 안의 '금관의 예수'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 곁에 현존하시는 예수를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길은 곧 생명 평화의 길이다. (사진=장영식)
최헌국 목사는 고착화 된 예배당 안의 '금관의 예수'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 곁에 현존하시는 예수를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길은 곧 생명 평화의 길이다. (사진=장영식)

최헌국 목사는 신학은 “시행착오적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되어야 하고, 개혁되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배당 없는 교회를 지향한다. 기독교는 씨앗처럼 들판에 뿌려지고 흩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끊임 없는 관심과 연대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 고공 농성을 할 때에도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를 찾았고, 쌍용자동차 투쟁에도 함께 했다. 지금은 매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

최헌국 목사는 보수적인 교단으로 알려진 침례교단에 소속되어 있지만, 자유롭다. 침례교단은 형식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회중적이다. 20인 이상의 신자가 있는 교회라면, 누구나 대의원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른 교단과 달리 총대방식이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교단의 주요 정책들이 결정된다고 한다.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투쟁에 함께 하고 있는 최헌국 목사.(사진=장영식)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투쟁에 함께 하고 있는 최헌국 목사.(사진=장영식)

최헌국 목사는 교단에서는 목회비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그이는 가정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2년 전부터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낮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현장에 연대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그이가 목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씀은 사도행전 20장 24절의 “그렇지만 나는 내 목숨이 내게 귀중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직 내 달음박질과 내가 주 예수에게서 받은 봉사(과업)를 완수할 것이니, 바로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렵니다.”라는 말씀이다. 그이는 이 말씀, 복음을 생명과 평화 그리고 정의로움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최헌국 목사가 부산으로 오는 왕복 열차표 등의 여비를 마련했는지 차마 물어보질 못했다. 새벽에 일어나 영도를 간다고 바쁘게 움직이는 바람에 작은 여비라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그이는 고착된 예배당 건물을 떠나서 현존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현장교회가 우리 사회에 흩뿌려지길 소망한다. 그 비손의 마음으로 바람의 숨결로 오시는 하느님을 묵상하며, 오늘도 묵주의 기도를 바치면서 영도다리를 건너 영도조선소 정문을 향해 여명의 길을 걷는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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