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순 신부 "어디나 님 계시면 천당이 거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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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순 신부 "어디나 님 계시면 천당이 거기고요"
  • 방진선
  • 승인 2020.08.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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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순 신부 선종 45주년

경애하는 최민순 요한 신부님(崔玟順, 1912년 10월 3일 ~ 1975년 8월 19일) 善終 45주년

● 평생 「임」이신 하느님과의 일치를 향하여 하느님의 시간표대로 살아가신 일편단심 사제의 삶, 시인•신학자의 길 

☞ 정확한 시간표 처럼 당신의 시간표대로 오늘을 사는 지혜를 주십시오.(<하느님의 시간표>)

☞ …자신의 온 삶으로써 동 시대와 후대에 진정한 신앙인, 사제, 구도자, 영성가, 그리고 자신의 사랑인 「임」을 노래한 시인으로서, 참된 하느님 만남의 길을 가르쳐 준 師表…
(<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최민순 신부> 가톨릭신문 2016.12.4)

☞ 주옥같은 번역의 유산들 !
단테의 <신곡(神曲)>(1959년), 세르반테스의 <돈끼호테>(1960년)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1965년),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의 <완덕의 길>(1967년)•<영혼의 성>(1970년), <성경의 시편>(1968년), 십자가의 요한 성인의 <가르멜의 산길>(1971년)

● 엄혹한 유신 독재 시대에 성당의 시국미사 중 늘 울려 퍼지던 최민순 작시, 이문근 작곡 <복자찬가(福者讚歌)>(1951.9.1) 

- 당시는 장하다 복자여 !
- 지금은 장하다 순교자 !

● 미사 때면 목소리 함께 모으는 화답송 시편에 살아있는 신부님의 시적 영성

(시편23,1-3 : 최민순 신부 1968년)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뉘어 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시니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라.
주께서 당신 이름 그 영광을 위하여
곧은 살 지름길로 날 인도하셨어라.…

(<가톨릭성경> 2005년)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 생애 후반에 천착한 가르멜 영성을 담은 시편(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 교정 낙산마루 산책로 시비) 

 

「두메꽃」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나비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 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오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 「임」향한 일편단심을 담은 생애 마지막 시편

☞ …정녕 내 평생에 마지막 주 후 1975 성년이야말로 하느님 아버지를 우러러 실컷 한 번 솟구쳐 보고 싶은 세로의 마음, 골고타에서도 감사와 사랑을 외치며 죽고 싶은 생명이다.( <마지막 성년>사목 1975년1월호)

☞ …한 인간으로서, 사제로서, 자신의 전 생애를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과 가르멜 영성의 본질에 조명하면서, 자신의 전 존재를 기울여 하느님과의 일치를 희구한 그의 영성과 하느님 이해의 절정을 드러낸다.(<한국 가톨릭문화의 거장들:최민순 신부> 가톨릭신문 2016.12.4)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황금과 유황과 몰약은 아니라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영혼이 있습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살려 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갈마드는 세월에 삶이 비록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 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심어주신 사랑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도로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영원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이 몸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어찌 하오리까

님께 바칠 내 것이라곤 이밖에 또 없사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아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 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이 믿음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같은 나의 죄 눈 같이 희어지리다.

진흙 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처럼 빛나리다.
받으시옵소서 받아주시옵소서.

● 소싯적부터 외우던 애송시편 

「천당이 어디 냐구요? 」

천당이 어디냐구, 가 보았느냐구요.
지옥은 어디냐구, 가 보았느냐구요. 몰라요, 모르지요. 몰라도 나는 좋아요.

어디나 님 계시면 천당이 거기고요.
님 아니 계시면 어디나 지옥이지요. 악마란 무어냐구 아예 묻지 마세요. 사랑 곧 없다면야 천사도 악마랍니다.

● 작곡가 이문근 신부님(1917-1980) 추모글 : <고 최민순 신부님 영전에>

☞ …인제 나는 뭐야? 최민순 작사 이문근 작곡은 이젠 영영 글러 먹은거 아냐 ? 아니지. 당신 시에서 가사로 적당한 것은 앞으로 내가 작곡해줘야지. 그렇지 ! … 정작 당신이 운명할 때에는 하늘은 천사들이 옆에서 노래했을거야. 나는 의심치 않아. 그리고 이문근이가 죄가 얼마나 많은지는 당신이 잘 알고있어. 그러니 지금 천국에서 혼자만 도취되어 있지말고 나좀 어떻게 너그럽게 보아 주십사하고 하느님께 귀별이나 좀 해주이소(가톨릭시보1975. 8. 31.)

●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 강론(1975. 8. 23.)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신부님의 작고를 애도하면서 이 시간 우리는 물론 신부님을 위해서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실 것을 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사람아, 노래를 불러 다오. 어둠과 죽음을 떨치고 일어설 빛과 생명의 노래를 불러 다오." 이렇게 우리를 위해 아직도 죽음의 질곡과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 우리를 위해 주님께 기도해 주실 것을 주님 대전에 나아가신 요한 최민순 신부님께 기원합니다. 주여, 영원한 빛으로 저를 비추어 주소서. 또한 여기 모인 우리 모두를 비추어 주소서. 아멘.

● 오매불망의「임」품안에 한송이 두메꽃으로 복락을 누리시는 신부님 

신부님의 기도를 드리는 저희가 인생살이 가시밭 한 가운데일지라도 꽃자리로 일구어 제 나름의 두메꽃을 피우도록 하느님께 기별해주십시오.

<고인의 기도>

주여,
오늘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신자
Senex et Operarius Studens 窮究하는 늙은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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