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닮습니다 - 윤영근·곽선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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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닮습니다 - 윤영근·곽선희 부부
  • 장영식
  • 승인 2020.05.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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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의 포토에세이-길에서 사람을 만나다
하동에서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윤영근 곽선희 부부의 모습.(사진=장영식)
하동에서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윤영근 곽선희 부부의 모습.(사진=장영식)
하동의 작은 텃밭에는 그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의 표현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사진=장영식)
하동의 작은 텃밭에는 그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의 표현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사진=장영식)
주말이면 찾아가는 하동 집에는 어느새 길냥이들도 행복한 식구가 되었다. (사진=장영식)
주말이면 찾아가는 하동 집에는 어느새 길냥이들도 행복한 식구가 되었다. (사진=장영식)

 

윤영근·곽선희 부부. 올해로 결혼 29년을 맞습니다. 이들 부부는 부산의 항도일보가 부산매일신문사로 바뀌고, 폐간하는 과정까지 함께 했던 사내 커플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기자였고, 한 사람은 전산직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사내에서도 회자되었고, 부러움을 받았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윤영근 씨는 사내 불화로 사표를 씁니다. 결혼 직전에 사표를 쓰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신문사를 나온 후, 새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신문사까지 폐간되어 선희 씨도 실직하게 됩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 구한 직장에서 안주할 것 같았지만, 윤영근 씨는 원인 모를 혈액암을 앓게 됩니다. 불행의 끝을 알 수 없었던 암담했던 투병시간 동안 곽선희 씨는 낙천적이었고, 헌신적이었습니다. 포기하려는 남편을 붙들고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은 모두 남편에게 먹이며 간호했습니다.

절박한 한계상황을 넘은 선희 씨의 눈물겨운 사랑은 끝내 혈액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게 했습니다. 가난했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부부는 하동에 작은 집도 마련했습니다. 하동에서 선희 씨가 준비한 소박한 밥상은 텃밭에서 나온 채소로 충만했습니다. 선희 씨는 꽃을 좋아합니다. 특히 클로버를 좋아해서 작은 마당은 클로버가 지천이었습니다.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또는 ‘평화’입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행운이며, 두 사람이 마주하는 밥상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하동에서 부산으로 가고 오는 동안 영근 씨가 운전하는 내내 선희 씨는 남편을 바라보며 피곤을 잊게 하려는 듯 말을 건넵니다. 마치 참새가 잠시도 쉬지 않은 채 노래하듯 재잘거리며 웃는 모습이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아름다웠던지요. 두 사람이 마주치는 눈빛은 선하며 부드러웠습니다. 행복은 저 산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임을 배우게 됩니다.

모든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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