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 "예수께서 나병환자 돌보셨으니, 나도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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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 "예수께서 나병환자 돌보셨으니, 나도 그렇게 한다"
  • 신배경 기자
  • 승인 2019.10.22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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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 10월 가톨릭일꾼 월례미사
이하 사진=신배경
이하 사진=신배경

지난 10월 1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기념하는 가톨릭일꾼 10월 월례미사가 서울교구 제기동 성당 전준희 이사야 신부님 주례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가톨릭일꾼> 사이트를 통해 미사 소식을 접하고 찾아오신 개신교 형제님, “가톨릭청년시민학교”의 청년들과 멀리 소성리에서 오신 정진석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함께 했다. 정진석 님은 삼성해고자 김용희 님, 이재용 님이 농성중인 강남역 농성장 연대와 <가톨릭일꾼>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에 오셔서 미사 기타반주를 도와주신 덕분에 10월 월례미사가 한층 풍요로웠다.

전준희 신부님의 강론 중에 주옥같은 단상들이 돋보였다. 아시시 프란치스코 영성을 탐구했던 보나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설명이 아닌 은총을,
이해가 아닌 열망을,
부지런한 독서가 아닌 절절한 기도를,
빛이 아닌 불을 구하라.
이 불이 하느님이시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타오르는 열정의 연기 안에서
그 불을 붙이신다.”

전 신부님은 아래 글을 통해 프란치스코가 얼마나 예수님을 곧이곧대로 따라 살려고 했는지 알려주었다.   

"예수께서 나병환자를 돌보셨으니, 나도 그렇게 한다.
육체를 입은 영원한 말씀이 성체 안에 계시니, 성체와 성직자를 존경한다.
예수께서 알몸으로 태어나셨고 또 십자가에서 발가벗겨지셨으니,
나도 이제 세상의 좋은 옷을 벗고 알몸으로 떠난다.
그리스도를 옷입기 위해서다.
예수께서 가난하셨으니, 나도 가난하게 산다.
예수께서 두루 다니셨으니, 나도 그렇게 산다."

 

작자를 알 수 없으나, <Franciscan benediction>이라고 불리는 이 글을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을 갈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Franciscan benediction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불편함의 축복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손쉬운 답변들, 반쪽 진실들, 그리고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견딜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고
우리가 담대하게 진리를 추구하고 마음 깊이 사랑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분노의 축복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람들에 대한 불의, 억압, 착취에 거룩한 분노를 느끼고
우리가 정의, 자유, 평화를 위해 피곤을 모르고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눈물의 축복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고통, 거부, 굶주림, 혹은 소중한 것들의 상실 때문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흘리는 눈물로
우리가 손을 뻗쳐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통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어리석음의 축복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음의 축복을 받아서
남들이 할 수 없다고 하는 일들을 하느님의 은혜로써 해 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전준희 신부님은 미사 강론에서 서울대교구는 동 마다 하나씩 본당이 있는 만큼, "본당에서 인근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주방을 개방할 수 있다면, 본당마다 공간 하나쯤 작은 도서관으로 만들어 개방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교회가 지역 안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전해 주셨다. 이런 아름다운 상상을 하고 계신 신부님을 만난 것만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전 신부님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자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길 위에서 만나야 할 가난한 이들에 대해 성찰하게 해 주었다.

 

이날 참석자들이 준비한 보편지향기도를 소개한다. 

1.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위해 기도합시다.

피조물들의 모후이신 하느님,
저희는 모든 생명체들과의 건전한 관계를 통해 온전한 자유와 평화를 갈망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본받기를 원합니다. 이웃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생태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과 더불어, 다분히 근시안적이며 많은 이들의 두려움과 희생으로만 유지되는 핵발전소의 폐쇄적 운영방식을 버리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개발, 절제와 관용의 녹색성장의 방향으로 우리 시민사회가 힘을 쏟도록, 그리하여 당신의 사랑, 그 자체인 “창조사업” 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불어 넣어 주소서. (최영주 율리아 님)

2.검찰개혁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저는 올해 1월 '가톨릭청년시민학교'라는 배에 승선하여 냉담을 풀고,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배의 키를 잡고 처음 가본 세월호, 처음 가본 5ㆍ18 광주, 처음 가본 사드, 처음 가본 강남역, 처음 가본 제주 4ㆍ3, 처음 가본 프란치스코의 집.

돛을 펴고 ‘날 것’으로 드러나는 현장에 가보고, 이제야 알게 된 이 땅의 고통과 아픔에 슬펐습니다. 평범한 제 삶이 불편하고, 눈을 떠서 알고 있는데, 변화 없어 보이는 세상에 무기력했습니다. 반복되는 실패의 역사가 이어지는 것 같아 분노했습니다.

불의, 억압, 착취에 분노를 함께 느끼는 동료의 손을 잡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검찰 개혁을 위한 기도 기간에 닻을 올립니다. 이는 사법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으로 이어져 우리만의 성공이 아닌, 홍콩 시민들에게도 구원의 역사에 힘이 되고, 성령과 함께 우리가 이 세상에서 진정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어리석음의 축복을 받아, 할 수 없다고 하는 일들을 하느님 은총으로 해낼 수 있는 바보들, 꼴찌들, 일꾼들이 되게 하소서. (윤화영 아녜스 님)

3.이 땅에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노동으로 인간과 세상 만물을 지으신 주님,
강남역 고공농성 투쟁중인 김용희, 이재용 노동자와 톨게이트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절박한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거리의 투쟁 현장은 따뜻한 연대의 발걸음들이 간절합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노동인식은 뿌리 깊은 편견에 사로잡혀있어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는 것보다 기득권의 관점으로 왜곡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신성한 노동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근본적인 인간변화에 기초가 되고 바탕이 되어야 함을 인식하게 하소서. 생존을 위한 간절함으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계신 현장으로 우리의 연대의 마음이 우리의 발걸음으로 가닿게 하소서. 그 연대의 힘으로 각각 투쟁현장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이미희 마리아 님)

미사 후 간단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윤화영 님에게서 “가톨릭청년시민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가톨릭청년시민학교(CCA: Catholic Youth Citizen Academy) 는...

심리적 위로나 마음의 평화를 넘어서는 가톨릭 신앙 안에서 건강한 사회적 방향성을 찾는 청년 운동입니다. 좀 더 나은사람,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청년. 최소 3인에서 최대 7인까지 복음의 눈으로 세상 읽기 라는 모토로 그룹 모임을 합니다. '작은배'라는 소그룹 모임으로 함대 직위에서 가져온 명칭을사용합니다.

CCA구성

선장 - 지도 신부, 대표 선장, 선장
일등 항해사 - 대표
갑판장 - 총무
항해사(스키퍼) - 그룹 봉사자
선원 - 시민학교 참가자

CCA정신

1.겸손: 경청하기, 잘난 척 하는 태도 버리기
2.연대: 지지하기, 격려하기
3.신뢰: 성령과 함께, 동반자 믿기, 부정적 태도 멀리하기

현재3기가 운영중이며 사회복음 중심으로 루카복음을 완독하며, 역사의 예수, 성령, 가난, 사도, 재물, 권력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나눔을 합니다. 사회교리반은 성서를 읽고 난민, , 분단 등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눔을 합니다. (자료제공: 윤화영 아녜스)

 

신배경 클라우디아
가톨릭일꾼 애니메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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