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막달레나, 팡틴느, 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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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막달레나, 팡틴느, 로자
  • 다산사숙
  • 승인 2016.06.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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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미지에는 거의 언제나 해골과 십자가가 등장을 합니다. 해골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십자가는 자신의 인생의 반전포인트를 말해줍니다. 창녀로 본질(性)이 각인되어진 그녀에게, 그녀 역시 인간인 존재(心)로 드러난다는 것이 상징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기에, 내로라 하는 화가들은 그녀를 화폭에 담으려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의 빅토르 위고는 팡틴느(Fantine)를 통해 본질로 낙인찍힌 창녀가 실은 어떠한 경로로 인간에서 창녀로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면서 사회현실을 꼬집습니다. 이는 그녀가 결코 존재로 창녀가 아니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진하게 깔고서 전개하는 것과도 같다고 돌려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내용이 담긴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책을 손에 꼭 쥐고 있는 하밀(Hamil) 할아버지를 등장시키는 에밀 아자르(Émile Ajar)는 스스로 앞에 놓여진 인생(La Vie Devant Soi, <자기 앞의 생>)에서 같은 빛깔의 다른 얘기를 합니다.

수용소 생활을 했을 정도로 산전수전을 겪고 창녀가 되었다가 이제는 창녀들의 사생아들을 돌보는 로자(Rosa)와 그 사생아들 가운데 하나인 어린 모모(Momo)의 이야기 안에서, 자신을 돌봐준 로자의 주검을 지키는 모모 안에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챙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세 저자는 세 인물에게 공통분모를 이야기합니다 예수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빅토르 위고는 팡틴느에게, 에밀 아자르는 로자에게 이렇게 말하는듯 합니다. "세상은 여러분을 본질적인 창녀로 대하지만, 나로선 여러분이 존재적인 인간일 따름이죠."

이런 점은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게 하는 참다운 종교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진면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덧붙여 예수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십자가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빅토르 위고는 팡틴이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딸을 살리려는 엄마의 마음을 그려내며, 에밀 아자르는 유대인 로자와 무슬림 모모의 서로 보살피는 자리에 어떠한 경계도 없다는 것을 보여줌을 통해서, 천시되고 괄시받던 이들이야말로 인정받고 찬사받을 참다운 인간임을 반전으로 끌어냅니다.

어느 종교에나 공통분모로 등장한다는 거룩함(Das Heilige, Sacred, 聖)은 고개들어 하늘에서만이 아니라 고개숙인 땅끝에서마저 진하게 물들어 있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요?

다산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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