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는 만큼 이해하며] 파도를 막아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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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는 만큼 이해하며] 파도를 막아서며
  • 다산사숙
  • 승인 2016.06.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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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느영화제 수상작인 <Breaking The Waves>(파도를 막아서며)의 한 장면입니다. 유전발굴기술공인 얀은 정신기능이 약간 떨어지지만 순박하고 신앙심이 깊은데다 얼굴 고운 베스와 혼인을 합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유전발굴을 위해 떠나지만, 사고로 그만 전신마비가 되어 돌아옵니다.

베스는 얀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안 얀은 그녀의 인생을 생각해서 떠나기를 바라지만, 그녀가 떠나지 않자 다른 남자를 알아야만 본인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정신기능이 온전치 않은 베스는 그 말을 믿고 다른 남자를 알게 되지만, 그래도 얀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얀은 그런 그녀를 아예 떨쳐버릴 생각으로 더 강하게 남자를 알아야 한다고 하고, 이에 베스는 사나운 뱃사람들에게 자신을 허락하고는 만신창이가 되어 결국 숨을 거둡니다.

얀을 낫게 하고자 하는 그녀의 일념이 하늘에 닿았던지, 얀은 기적적으로 일어나고 주위사람들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해듣습니다. 베스를 땅에 묻던 날 하늘에서는 종이 울리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허구이기는 하지만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월탄 박종화의 사실과 허구가 섞인 이야기는 얼핏 비슷한 그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정철이 전라도 관찰사이던 시절 머리를 올려준 어린 강아(江娥). 그리고 곧바로 다른 곳에 떠나버린 정철. 이야기 이면에 기축옥사(己丑獄事)까지 포함되었다면 강아는 온갖 미움까지 받았음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런 그녀가 정철의 유배소식을 듣고 귀양살이하는 그를 만나러 가고, 잠시의 만남 이후에 임진왜란으로 인해 유배에서 풀려 발령을 받은 정철과 다시금 헤어집니다. 이후 그녀는 다시 정철을 만나려다 의병들과 함께 왜병들에게 붙잡히는데, 의병들을 구할 수 있는 방책으로 왜장에게 자신을 허락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이후 소심(素心)이란 법명으로 입산 수도하고 자신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 정철의 넋을 기리며 남은 생을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드메까지 허구인지 밝히는 것은 역사학자의 몫이고, 정철이라는 이름이 입에 달든 떫든 하는 것은 개인기호에 따르는 것이지만, 전라도의 춘향 논개와 더불어 강아라는 한 여인의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세상의 간절함도 이 정도가 되면 하늘과 통하니 종교가 무엇이든간에 간절함이 이 만큼만 되면 하늘도 마땅히 감응하지 않을까요?

다산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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