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도톰한 동백나무 아래서 그림 그리는 여인, 그 사람이 복닥이 앉아 당당거리며 매질을 하고 있었다. 다듬어야 새로 태겠기에 부당부당 뭣이 중헌디, 걍 쓸 수는 없는거다, 고것이 니 운명이여, 작업의 현장, 전라도 완산, 초록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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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 보나 수줍음으로 보나 빛결 고운 얼골로 보나, 영판 이쁜 선미를 데리고 그집 앞에 서니 그랬다. 기온 높은 날, 완전 만발한 황매꽃, 그 치마 입은 친구 따라 흔들리고, 오늘 날 잡응겨, 커피와 찻잔과 입체로 수놓은 수제가방이, 여인들이 뿜어내는 기쁨의 온도 덕에 우짤지 모르고 신났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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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버스가 서서 기다리는 화가의 집은 보라색 혓바닥을 어쩌다 홀짝홀짝 보여주는 차우차우 강아지가 대문뒤에 섰고, 주인도 어느새 폈당가 모르던 붉다란 해당화 담벼락 위로 멀대같이 큰 자목련 부지런히 폈다가 지던 중, 나는 그 중 피아노 건반을 앞에 두고 얼굴을 떨군 여인이 나오는 자그마한 그림이 좋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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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만났던 길옆 페친네 가게는 동백나무집 그 여인의 친구인가 뭐신가, 네시부터 오픈한다고 갈거냐 물어 몇 걸음 걸어 들어 갔더니만 거기도 창가마다 노랑 황매가 꽂혔네 그려. 초록장화 할매들 연신 배시시 웃으며 개업집 물건 팔러와 주욱허니 앉었고, 으째 나보고 주인이냐며 그런가보다 한다. 막걸리도 나오고 새우젓에 누름고기도 나왔으니 한 조금 앉았다, 흐흠 팥죽도 주시고 집은 언제 갈랑가 벌써부터 다리가 막 아프다. 뭣이 급하냐고 천천히 가라시는 동백나무집 동네 예술가님. 그러니까요, 오늘 밤 폭풍의 언덕 책 읽는 날인디요, 나는 자꾸만 중얼거리다 주인에게 번창하시라고 도망치듯 고속도로로 왔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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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영화 '봄날은 간다'를 다시 찍을 풍경으로 연두였다가 겨자색이었다가 초록도 되는 산너머 산허리 산등성, 어쩔까 망설이는 대한민국 초여름 날이였다는. 그러고도 도착해 폭풍, 폭풍의 언덕을 읽고 , 캐서린이 하녀 넬리에게 왜 히스클리프를 두고 에드거 린튼에게 시집가야만 하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서 터억 숨이 막히고, 에밀리 브론테, 어쩌면 하녀 넬리가 들려주는 일장연설 같았어, 아, 캐서린, 사랑은 그렇게 하는거구나. 독서모임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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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블랭킷을 받고 엄청 기뻐하던 숙선생님.
조현옥 프란치스카
<현옥공소여행센터> 이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