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복음서가 그리는 예수의 시작과 끝은 다르다. 가장 오래된 〈마르코복음〉은 세례자 요한이 벌인 하느님나라 운동에 참여한 예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Ἰωσὴφ ὁ ἀπὸ Ἁριμαθαίας) 소유의, 예수가 안장되었던 무덤이 비었고 그이가 갈릴래아에 먼저 가 있다는 ‘흰옷 입은 청년’의 말로 끝맺는다.
〈마태오복음〉은 예수가 태어난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그이가 죽임당한 뒤 부활해서 ‘갈릴래아’에서 제자들에게 세상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당신 자신은 세상 끝까지 함께 있겠다는 말씀으로 맺음한다.
〈루카복음〉은 예수가 태어난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그이가 죽임당한 뒤 부활해서 ‘예루살렘’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다가 하늘로 승천하는 이야기로 끝난다.
그리고 네 복음서 중 가장 나중에 쓰인 복음서로 알려진 〈요한복음〉은 세상이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있었다가 사람이 되어 세상으로 왔다는 진술에서 시작해서 죽임당한 뒤 부활해서 제자들과 함께 했다는 얘기로 마무리된다.
예수에 대한 역사적 물음을 다루는 강좌이니 여기서는 〈요한복음〉의 창세 이전에 관한 논의는 생략하고, 예수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 그런데 이 논의에 앞서서 먼저 예수 전승의 영향사에 관한 가설들을 살펴보자.
도표에서 보듯, 19세기 말 그리스바흐(Johann Jakob Griesbach)는 네 복음서의 영향사를 〈마태복음〉이 가장 오래된 복음서이고, 이것을 참고로 하여 〈루카복음〉이 쓰였으며, 〈마르코복음>은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을 종합하여 가장 나중에 저술되었다고 주장하였다.(Griesbach hypothesis / 2GH) 하지만 그보다 앞선 19세기 전반 크리스티안 빌케(Christian Wilke)가 주장한 〈마르코복음〉 우선설이 현재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에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크리스티안 바이쎄(Christian Hermann Weisse)는 〈마르코복음〉과 어록자료(Q)가 다른 두 복음서의 공통자료였다는 ‘두 자료 가설’(2SH / 2DH)을 제시했다.
그 이후 무수한 자료가설이 제시되었는데 특히 20세기 중반, 〈마르코복음〉이 먼저 쓰였고 〈마태오복음〉이 〈마르코복음〉를 참조하여 쓰인 뒤에, 〈루카복음〉이 다른 두 복음서를 참조하여 저술되었다는 파러-굴더 가설이 가장 유력한 가설로 인정되고 있다.(오스틴 파러와 마이클 굴더의 Farrer–Goulder hypothesis) 그런데 파러-굴더 가설은 Q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대다수의 학자들이 Q에 집착하고 있는 것과 상충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아직까지도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두 자료가설에 기초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두 자료 가설의 관점에서 복음서의 자료들의 공유관계를 살피면 아래 도표와 같이 정리된다. 그런데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에 각각 다르게 나오는데 〈마가복음〉에도 Q에도 없는 것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탄생 이야기’다.
‘탄생 이야기’는, 말했듯이, 가장 오래된 복음서인 〈마르코복음〉에는 나오지 않는다. 즉 가장 오래된 기억 속에는 담겨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한 논리적으로도 영웅의 탄생설화는 영웅설화들이 수집될 때 가장 늦게 합류된 설화형식이다. 요컨대 예수탄생 이야기는 가장 후대의 설화 형식에 속한다. 뒤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마태오복음〉과 〈루카복음〉의 내용이 매우 다르다는 점에서 이 두 복음서의 탄생설화는 예수탄생에 얽힌 갈래가 두 개 이상이었음을 시사한다.
영웅설화들은 그 영웅에 관한 직간접적인 기억이 반영된 것인 반면, 영웅의 탄생설화는 그 영웅에 관한 경험보다는 그이에 관한 집약적인 기억이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전자는 경험이 더 강한 영향을 미치지만, 후자는 그 사회가 공유하는 영웅에 관한 신화적 요소들이 개입해 들어갈 여지가 더 많다. 가령 예수탄생설화에는 모세나 다윗에 관한 신화적 요소들이 설화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탄생설화를 해석하는 일은 신화적 기억의 요소들을 속에 감춘 역사적 정보들을 해독하는 일을 수반해야 한다.
자 그렇다면 두 복음서의 예수 탄생설화를 비교하며 살펴보자.
위의 도표에서 보듯, 두 복음서는 탄생설화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내용은 거의 중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혀 다른 설화 속에서 역사의 예수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한가? 그 차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소와 시간의 문제다.
김진호
현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전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소 연구실장, 한백교회 담임목사, 계간 《당대비평》 주간.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서울신문》 《주간경향》 《한겨레21》 등의 객원컬럼리스트. 《예수역사학》 《예수의 독설》 《리부팅 바울―권리 없는 자들의 신학을 위하여》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요한복음》 《권력과 교회》 《시민K, 교회를 나가다》 《반신학의 미소》 등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