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 이제 종각을 믿지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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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이제 종각을 믿지않기에
  • 조현옥
  • 승인 2019.03.2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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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현옥

왜 가는 것일까, 너는
또 바람은 왜 내 머릿속을
발통을 달고 지나가는 것일까
우리 걸어온 종로에서 멀리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멀리
너를 앞세우고가는 이 바람을
나는 왜 붙들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왜 힘찬 날개가 없는 것일까

너와 나
어깨를 나란히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직 종로를 걷지만
종로에.

종은 이제 종각을 믿지않기에
옛 등걸을 걸고 콘크리트 기둥에 얹혀사는
종각을 믿을 수 없기에
"내 이제 울기를 잊었노라"
금이 간 가슴에는 녹이 슬고
마음은 종각을 떠나있기에 , 떠난 마음이
오늘 저녁에는 종묘에 가서
죽은 왕들을 왕처럼 꾸짖다가 산보하는 길에
삼일빌딩에 이마를 부딪히고 풀이 죽어
종로 하늘에 떠 있다

바라건데 머물 숲은 없을는지
이마에 혹을 붙이고
혼자 싼 술집을 찾아가는 마음에게도
빌딩 뒤에서 잠시 만나 속삭이고
인적 뜸한 골목을 따라 걷는 젊은 연인에게도
무엇보다도 아직 우리가
젊음의 새끼줄을 붙들고 있을 때,
쉬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게도
쉬지 않고 불어가는 바람에게도

우리는
종각이 내려다 보이는 찻집에 마주 앉아
차를
못 마시고
찻잔 위를
바람에 쫒겨다니는 민들레 꽃씨를
메마른 눈으로 내쫒는다

내일 올 기쁨을
오늘 이미 알았으니
갈 곳이 어딘가
밤이 오는 종로에

바라건대 머물 숲은 없을런지
생각할수록 아늑하여
숲보다 더 나은 집이 없는 것을,
이 숲에는 다만
나무 몇 그루, 지금도 너는
미친 바람을 만나면
종로 밖으로 날아오를 것을,
우리 함께 따뜻이
머물 숲은 없을는지

창 밖에는 
싼 술에 취한 마음 혼자
종각 지붕을 타고 앉아
병 소주를 켜고 있다
"해 볼테면 해봐라"

내가 만일
바람을 한 손에 쥔다면,
달리는 차들의 꽁무니에 매달려 지나가는
시간을 붙들어 세운다면,
한 손에 
큰 숲을 들고 와 푸른 천지를 만든다면,
내가 만일 내가 만일
미친 바람의 덜미를 붙들어
하수구에 쓸어넣어 버린다면.
ㅡ감태준 ' 종로별곡' 중에서




바람부는 흐린 저녁,
싼 술집에 
흔한
김치찌개
놓고
소주
마신다, 는 상상은
술을 허기로 채우고,
백날 마셔봐야 서서 마시는 그정도로
너희가 어찌 종로를 알겠느냐
밤 눈 시퍼렇게 내리고 종각부터 종로5가를 걸어 본 사람만이
바람 불러 앉히고
술, 마셨다, 하지.


맨날 퍼마신다는 펍에서 바에서 알코올 도수 세고 있는 더블린,
쉽게 취하지 않을 도시, 않는 도시.
 

조현옥 프란치스카
<현옥공소여행센터> 이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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