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에 그리운 이름, 도로시
상태바
멀기에 그리운 이름, 도로시
  • 조현옥
  • 승인 2019.02.17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민경찬

도로시. 먼 이름. 멀기에 그리운 이름. 도로시.
너는 그 머나먼 대륙으로 떠나기전에 한 번 우리 마을에 들렸었다. 가엾은 도로시. 너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벌써 네가 필요없었다. 너는 주근깨 투성이. 붉은 머리의 말라깽이 소녀에 불과했다. 왜 그날도 이슬비가 내렸는지 모른다. 그날 마을어귀에서 네가 보여준 그 표정, 도로시. 그것은 슬픔이었을까, 아니면 대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었던 마지막 비웃음이었을까. 그 후 우리는 재빨리 나이가 먹었고. 쉽게 너를 잊었다. 도로시. 그러나 우리가 절대 버릴 수 없는 도로시. 그리운 이름. 



1984. 10. 18. 기형도 '도로시를 위하여' 中에서.


깃발은 내려 놓고.




사진 ㅡ 어느 무더운 여름, 민경찬
그날, 참새방앗간에서 꾸벅 꾸벅 졸았고
민쌤은 여기서 인증샷은 찍어야지 했다.
그곁에 누군가가 쓰다 버렸을 연탄재 하나 위에
장미였든가, 꽃 하나가 꽂혀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그 연탄재는 아닌.

 

조현옥 프란치스카
<현옥공소여행센터> 이끔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