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는 만큼 이해하며] 성황신앙
상태바
[종교, 아는 만큼 이해하며] 성황신앙
  • 다산사숙
  • 승인 2016.05.19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황신앙(城隍信仰)은 어쩌면 근간종교의 시각이나 비교종교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종교심성의 맥락에서 보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이 맺히고 억울한 처지로 죽음을 당한 이들의 넋을 달래고 기리는 것. 그래야 세상의 이치도 인간의 의지를 받아들여 가뭄에 단비를 내려주고 허기에 풍년을 선사한다고 믿는 거죠. 그래서 서낭당에서 우리는 가엾은 사연의 숱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애잔한 마음(Compassion)으로 하나가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나라나 민족과 인종의 경계도 없다는 점은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주 성황당에서 중요하게 모신 김부대왕이 좋은 예가 아닐까요? 김부대왕은 통일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으로 고려태조 왕건에게 투항하였으니 망국의 설움을 온몸에 안고 여생을 보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백제인의 시각으로는 더 먼 옛날을 살필 때 함께 울어줄만한 것이라고 딱히 여겨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를 모셨다는 것은 나라와 민족과 인종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억울하면 달래려던 인간 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성황신앙이 삿된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함께 울어주고 또한 위로하던 정신만큼은 우리가 이어가야 할 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주 성황사의 큰 마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다산사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