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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사회교리 경시대회를 마치며

한국교회가 ‘평신도희년’을 지내면서, 우리 교회 안에서 가장 필요한 요청이 무엇일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의정부교구 주엽동성당에서는 2018년 사목계획을 준비하면서, 복음선포의 최일선에서 살아가는 평신도들에게 ‘사회교리’를 보급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교리 강좌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강의를 듣는 것도 필요할 테지만, 직접 교우들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사회교리 경시대회’입니다.

먼저 ‘사회교리’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신자들이 많다고 판단해서, 제목을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경시대회’로 고쳐보았고, 일단 우리 본당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본당 사목회 사목위원들의 협력과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그 목표로 삼은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사회교리의 기본 개념 익히기
2) 가능한 많은 신자들의 사회교리 접하기
3) 사회교리 보급을 위한 본당 모델 만들기

 

경시대회 교재 <내가 그 사람이다-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한상봉, 가톨릭일꾼, 2018

사전 준비작업: 교재 만들기

기존에 나와 있는 사회교리 교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황청에서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입니다. 이 교재는 사회교리의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34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신자들에게 읽으라고 추천하기에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DOCAT-가톨릭사회교리서>는 청년들에게는 적합하지만, 다른 40~50대 이상 신자들에게는 글씨도 작고 생각보다 분량이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본당 주임사제가 사회교리 경시대회 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쉽고 간략한’ 교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셨고, 그래서 제가 서둘러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새 교리서는 모두 12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앞장에는 하느님, 예수, 교회에 대한 글을 통해 사회교리의 신앙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나머지는 <간추린 사회교리>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 등의 문헌을 덧붙여 만들었습니다. 그 교재가 <내가 그 사람이다-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입니다.

 

성당 현관 앞 현수막
성당내 게시판 알리미

 

경시대회 공지와 교재 보급

5월경 경시대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성당 현관과 주차장 입구 위에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경시대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걸고, 안내 포스터를 성당 구석구석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주일미사 전후에 사목위원들이 신자들에게 교재를 판매하였습니다.

교재로 선정된 <내가 그 사람이다-가톨릭교회의 사회적 가르침>(한상봉, 가톨릭일꾼, 2018)은 책값이 권당 10,000원이지만, 본당 차원에서 필자 구입가격인 6,000원에 1천 권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160쪽에 3000원(본당에서 3000원 보조)이라 신자들이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본당에서 800권 이상 팔린 것은 대단히 놀라운 성과입니다. 

가톨릭사회교리 전신자 교육

주엽동성당에서는 6월부터 사회교리 강좌를 6회에 걸쳐 열었습니다. 매 회마다 관련 동영상도 보여주며, 2과씩 진도를 나갔습니다. 수강료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1,000원씩 받았습니다. 모두 280여 명이 신청하고 평균적으로 200명 정도가 참석하였습니다. 강의는 제가 하였습니다.

(1회) 하느님, 사람이 되시다___하느님/예수 그리스도
(2회) 교회, 세상에 선포된 복음___교회/사회교리
(3회) 인간은 정말 존엄한가___인권/사회교리 원리
(4회) 돈과 우리시대의 우상___인간노동/경제생활
(5회) 정치는 최고의 자선___정치/환경보호
(6회) 사랑의 문명을 향하여___평화증진/사회교리 실천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이다>의 각 과 내용을 큰 글씨로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요약해서, 12주 동안 주일미사 때마다 강론 끝에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읽어주거나, 함께 읽었습니다. 아울러 평일미사 중에는 항상 <내가 그 사람이다> 책 본문을 세밀히 나누어 신부님이 읽어주거나 신자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사회교리 경시대회 예상문제집

예상문제집 발행 및 배포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리 작은 책이라도 ‘시험’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 쯤 참여할 마음을 낼 수 잇도록 돕기 위해 사회교리 예상문제집인 <문제로 읽는 사회교리>(100문항)를 제작해서 신자들에게 배포하였습니다. 이 문제집은 500권을 만들어 500원에 신자들에게 판매하였습니다. 책을 공부한 이들에게 문제집은 한번 더 사회교리를 조목조목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필기시험 중인 신자들. 사진=한상봉

 

1차 사회교리 필기시험

사회교리 경시대회는 필기시험과 최종결선시험을 나누어 두 차례 시행하였습니다. 필기시험은 단체별, 구역별로 4명씩 선발된 분들과 개인참가자들이 모여서 시험을 치르게 하였습니다. 필기시험에 응시한 분들은 모두 150명 가량 됩니다.

시험문제는 예상문제집에서 80% 이상을 출제하였는데, 개별성적을 보니, 20문항 만점자가 40명이나 나왔습니다. 이분들 이야기는 문제가 너무 쉬웠다고 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공부한 탓이 클 것입니다. 만점자 40명은 차후에 상장과 우리농 유기농 계란 두 판씩 드렸습니다. 아울러 단체별, 구역별 성적을 합산해서 단체별, 구역별 상위 6팀을 선정하였습니다. 실제로는 동점팀이 나와서 각 7팀씩 선정되었습니다.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경시대회 최종결선 장면. 사진출처=주엽동성당 홈페이지

2차 사회교리 최종결선

필기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단체별 구역별 상위 6~7팀은 2명씩 응시자를 선발하여 2주 후에 최종 결선대회를 교중미사 강론 시간에 진행하였습니다. 10점부터 50점 문제까지 다섯 문제를 내고 화이트보드에 정답을 쓰게 해서, 맞춘 팀에 해당 성적을 주고 합산하는 방법입니다. 단체와 구역을 나누어 차례를 경연을 벌였는데, 예상보다 빨리 15분 만에 시험이 끝나 미사 진행에 차질이 없었습니다. 단체 및 구역 12팀 모두에게 차등을 두어 상금을 전달하였습니다.

경시대회가 남겨준 이야기와 생각 몇 가지

1. 사제와 동반사목이 중요하다: 사회교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제를 만나지 못했다면 본당에서 사회교리 경시대회를 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주엽동성당에서 만난 김오석 신부님은 처음부터 경시대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지해주었을 뿐 아니라, 시행과정에서 미사 때마다 교재를 신자들과 함께 읽고 해설해 주는 데 꼼꼼하게 성의를 보여주셨습니다.

사제가 나서서 사회교리 강좌와 경시대회에 대한 신자들을 참여를 자발적으로 적극 호소하지 않았다면 신자들의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제와 충분한 공감을 나누려는 노력은 가톨릭교회의 특성상 비켜갈 수 없는 필수조건입니다.

2. 경시대회의 성공은 사목위원들의 협력에 달려 있다: 본당의 모든 교우들을 상대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 사목위원들이 얼마나 합심해서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목위원들은 대부분 본당생활에 오래 뿌리 내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분들의 동의와 지지, 그리고 협력을 통해 일해야 다른 신자들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본당 차원의 행사를 어려움 속에서 함께 하고나면, 사목회의 구심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일거양득입니다.

3. 신자들에게 공부할 동기를 주어야 한다: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대부분 40~60대에 걸쳐 있습니다. 이분들은 아주 오랜만에 시험을 치르면서 걱정도 있지만 흥미와 재미도 느끼고 있습니다. 거기에 단체별, 구역별 경쟁을 붙이면서 열성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물론 목숨 걸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결선까지 나가서 순위에 오르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때로는 팀끼리 모여 공부하는 가운데 공부에 대한 열의가 높아집니다.

후일담으로 어떤 분들은 학창시절처럼 예상문제집 행간에 메모를 해가며 공부하고, 어떤 분은 교재를 씹어먹는 기분으로 공부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토씨 하나까지 외우고, 내용을 줄줄 꿰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4.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공부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하였습니다. 먼저 교재를 읽고, 예상문제집으로 내용을 재확인합니다. 이번에 시행한 사회교리 강좌에 대한 본당홈페이지 동영상과 가톨릭일꾼에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강의를 여러 번 들으며 복습할 수 있습니다. 경시대회 준비기간 내내 본당미사 때마다 강론 시간에 사회교리 내용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사회교리가 거의 생활화 되다시피 하였기 때문입니다.

 

성당 주차장 입구 위에 걸린 현수막. 사진=한상봉

5. 사회교리가 뭔지 알아야 사회교리를 받아들인다: “본당에서 교리를 빌미로 좌편향교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신자도 더러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아주 극소수이지만, 이런 분들은 대부분 사회교리를 공부한 적이 없고, 경시대회 준비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사회교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선입견만으로 사회교리에 대해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교리 경시대회에 참여하거나 강좌를 듣고 교재를 읽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회교리가 신앙생활에 유익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회교리를 공부하면 그 대부분이 교황님 말씀들이고, 늘 들어왔던 복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앙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 때문에 유익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6. 사회교리 상식화에 경시대회가 아주 유용하다: 사회교리 경시대회를 시작하면서, 본당 신자들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회교리서를 한 권씩은 갖고 있게 되었고, 상당한 신자들이 사회교리 내용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시험에 참가하든 하지 않든 사회교리가 몇 달에 걸쳐 대대적으로 입술에 오르내리면서 ‘사회교리’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교리가 정의평화위원회 등 일부 ‘사회의식’이 있는 그룹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든 신자들에게 요청되는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시인하게 된 것입니다.

7. 내년에는 본당에서 교리경시대회를 하면 좋겠습니다 : 순서가 바뀐 느낌이 들긴 하지만, 2019년에는 본당 차원에서 ‘교리경시대회’를 열어보면 좋겠다는 데 사목위원들 및 본당신부님과 의견이 좁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황청에서 펴낸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쉽고 간략하게’ 정리한 교재가 나와야 하고, 이걸 중심으로 다시 교리경시대회를 연다면, 아마도 ‘사회교리 경시대회’보다 더 부담 없이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리라 예상됩니다.

이번에 사회교리 경시대회에 참여했던 일부 신자들은 이 소식을 듣고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고 말합니다. 사실 사회교리는 교리의 연장선에 있으며, <가톨릭교회교리서> 3편은 사실상 사회교리이기도 합니다. ‘믿을교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면, 생생한 믿음살이의 기초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체나 본당 차원에서 사회교리 경시대회를 열고 싶다면 가톨릭일꾼에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직접 경험을 나누어 드리고, 자료를 공유하겠습니다. (문의: 070-7798-3351)    

한상봉 이시도로
의정부교구 주엽동성당 교육분과장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 가톨릭일꾼 www.catholicworker.kr ]

<가톨릭일꾼 기사는 상업적 용도 아니라면 출처를 밝히고 누구나 퍼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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