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마음이 있었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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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마음이 있었다해도
  • 조현옥
  • 승인 2018.07.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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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현옥


[조현옥의 마음살이-1]

 

ㅡ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ㅡ류시화 '나무는'

마침 가랑비가 내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살짝 팔분의 이 머리결처럼 흔들리고 나무아래 그냥 서 있는 것은 미몽이었다.

좀 더 깊어 지지 않은 꿈,
어깨를 툭 치면 달아날, 그리고 약간은 습하여 젖을 만큼의 꿈이 지휘자 없는 합창단처럼 웅성거렸다. 거꾸로 올려다 보는 숲 그 안에 들면 오직 거기 원래부터 연두빛 그들만의 세상인 듯 빛은 자취를 감추고 일주문을 건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그 곳에 갑사가 있었다.

세상의 인연은 놓고 올라 온 고무신과 털신의 주인들이 마을을 이루고 방마다 문마다 파스텔톤보다 진한 탱화그림 그리고 안내문 글귀를 내놓고 아직 덜 익은 인간의 집, 육과 욕을 지닌 생명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반길 마음조차 갖지 않는다. 그곳은 이승의 끝, 사방으로 고요한 저렇게 조용한 가랑비, 절대로 세차지는 않을것 인양 아주 고요히 내리는 가랑비. 어떻게 그 한가운데 서 있었을까?

비는 내리고
바람은 흔들고
나무는 어서 내려가라 하고
갖고 갔던 세상 만상은 어쩌다 거기 두고 왔다.

ㅡ설령 마음이 있었다해도 마음으로는 갑사의 모든것을 담을 수 없다네. 그대는 고요해지고 깊어지기를.

 

조현옥 프란치스카
<현옥공소여행센터> 이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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