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호 신부] 교회가 왜 사회문제를 건드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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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 교회가 왜 사회문제를 건드리는가?
  • 박동호 신부
  • 승인 2018.07.09 12: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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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지침-1

가톨릭 사회교리가 익숙하신 분도 계시고, 낯선 분도 계실 것입니다. 먼저 그림을 하나 그려보죠. 포도주 잔에 포도주를 계속 부으면 잔이 흘러 넘쳐야 하는데, 이상하게 포도주 잔이 더 커집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이 하신 얘기입니다. 무엇을 두고 한 얘기인가요? 시장자유주의를 두고 한 얘기입니다. 시장의 자유를 절대시하면 인간과 사회가 시장에 종속이 된다는 뜻입니다. 교종은 시장경제에서 ‘낙수효과’란 없다고 말합니다. 경제성장으로 파이가 커지면 가난한 사람들도 혜택을 본다는 논리를 비판한 거지요.

경제학자도 아닌 교종이 왜 이런 얘기를 하셨을까요. 교회 안에서 기도만 할 것 같은 교종께서 왜 이런데 신경을 쓰실까요. 먹을 게 많아지면 가련한 거지 라자로에게도 먹을 게 생겨야 하는데, 부자들은 그렇게 안 하고 창고를 더 짓기 때문입니다. 이런 탐욕은 죄이기 때문에 교종이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그분이 보시기에, 흘러넘치는 포도주 한 모금으로라도 목을 축이고 싶었던 라자로가 목말라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라자로의 고통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교종이 발언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국제적 자본주의, 금융의 무자비한 독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박동호 신부

경제는 신학과 신앙의 문제이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꺼내신 분은 레오 13세 교종입니다. 그분은 1891년 이른바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라는 회칙을 발표하는데, 부제가 ‘노동의 조건에 관하여’입니다. 여기서 요지는 이겁니다. 자본은 노동을 필요로 하고 노동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만, 자본이 무자비하게 노동을 억압을 하면서 비참한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철철 흘러넘치는 포도주처럼 잉여가치는 축적되는데, 가난한 노동자들은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비오 11세 교종

그로부터 40년이 지나서 비오 11세 교종이 <40주년>(1931년)이란 회칙이 발표하는데, 이것은 뉴욕발 세계공황과 관련이 있어요. 우리가 예전에 겪은 아이엠에프 같은 거죠. 우리는 아이엠에프를 국난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고통을 겪은 건 아닙니다. 그건 착각이죠. 아마 이때 한몫 잡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1931년에 발생한 뉴욕 대공황 역시 미국 월가의 장난질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어요. 이를 두고 비오 교종은 ‘돈의 국제적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했지요.

낙수이론도 여기서 나옵니다. 기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 기업이 살아나고, 경제가 발전하면 서민의 주머니에도 돈이 들어가고, 소비가 늘어나 다시 생산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경제가 어려울 때 누가 돈을 붓나요? 결국 국가가 국민에게 세금을 걷어 수십조를 기업에 쏟아 부어서 경제를 돌리고, 그 결실이 서민들에게도 돌아간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핵발전소가 전형적인 이러한 사업입니다.

22조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을 현대나 삼성에게 22조 들여서 하라면 했을까요? 안할 것입니다. 이윤이 남지 않는 사업에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소도 1기 건설 하는데 5조원 정도가 든다는데, 삼성에게 5조원 들여 발전소 지으라면 절대로 그 사람들 이거 안 할겁니다. 5조만 들어갈까요? 송전탑 세우는데 주민들과 빚어지는 마찰까지 해결하라, 하면 기업이 하겠습니까? 여기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까지 합해서 생산된 전기의 단가가 높아진다면 시민들도 그 전기를 사서 쓰기 힘들겠지요.

이런 사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민간기업이 하지 않습니다. 민간기업에서 하더라도 투자는 국가가 합니다. 이런 사업을 벌이면 서민들에게도 돈이 좀 돌아갑니까? 그래 본 적이 없다는 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판단입니다. 이런 사업들은 사실상 몇몇 건설업자들의 주머니만 불룩하게 해 줄뿐이라고 교황은 말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입니다. 지금까지 ‘하느님’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교리는 하느님 이야기, 예수님 이야기, 성모님 이야기 하나도 없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곧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그 백성들의 실제적인 삶을 다루는 것이기에, 종교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핵실험 자체가 범죄를 구성한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요. 핵기술은 핵무기, 핵발전, 핵의학 등 세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핵 장치들을 보유[소유]하는 것 자체를 단죄합니다. 핵실험 자체도 ‘범죄를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법률용어인데, 범죄 구성 요건에는 의도와 행위, 결과를 포함합니다. 그러니, 핵을 실험하고 테스트하는 자체도 범죄를 구성합니다. 핵 실험 여부는 평화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우리나라처럼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으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미국이 으르렁대고 있는 상황에서 핵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이루어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 간의 ‘판문점 선언’이나 북미정상회담 등은 아주 중요한 평화로 가는 길이며, 범죄에서 벗어나려는 신앙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편집자]

흔히 군대를 다녀오신 남성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ABC무기체계’라는 게 있습니다. A는 아톰, 핵무기입니다. B는 박테리아-바이어로지컬, 생물학무기입니다. C는 케미컬, 화학무기입니다. 이것은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사람들이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지능에다 과학기술과 관료들의 의지, 그리고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 결합해서 무차별적으로 만들어진 무기체계입니다. 인간은 이런 걸 만들어놓고 결과적으로 벌벌 떨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생물학 무기와 화학무기는 생산과 사용을 불법으로 철저하게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핵무기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핵무기를 갖고 나라가 강대국들이기 때문입니다.

생물학무기와 화학무기는 반인륜적입니다. 그 영향력이 무차별적이고 지속적이며 후손에까지 미치기 때문입니다. 핵무기 역시 2017년 3월에 유엔에서 사용 자체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국제법을 만들었는데, 123개 참가국 가운데 120여개 나라만 찬성했어요. 그런데 강대국 중심으로 38개 정도의 나라가 참여하지 않았어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핵무기로 인류를 협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류를 무차별적으로 궤멸시키는 무기는 윤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유도 실험도 단죄 받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교회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녹취 풀이 및 정리/ 황진, 한상봉

박동호 신부
서울대교구 이문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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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2018-07-11 14:26:54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편파적이고 특정정파의 추종자들이 되어 부지불식간에 불의와 부정의 폭력공범자가 되기 때문이다. 종교집단의 기회와 힘을 특정 정치인에게 몰아주는 것이 예수의 뜻인가 ? 답답한 가톨릭 주교신부수도평신도들 등등아..꼴 사납다요. 차라리 사회문제를 건드릴 힘이 있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