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데이 "신앙인에게 기쁨은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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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데이 "신앙인에게 기쁨은 '의무'이다"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17.03.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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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되어-11

<긴 외로움>이라는 자서전 후기에서 도로시 데이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기쁨으로 가득차고, 기쁨의 의무를 기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처음 이 구절을 읽고 나서 “기쁨의 의무”라는 이상한 말에 한 동안 생각이 멈춘 적이 있었다. 이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어떻게 “기쁨”이 의무가 될 수 있는가? 무슨 의미일까? 이 단어는 도로시가 1951년 발견한 것으로,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의 책에 있었다. 이 말은 분명히 도로시의 상상력을 사로잡았고, 심지어 어느 책에서 나온 것인지 도로시가 잊어버린 후에도 오랫동안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고통 속에서 발견한 “기쁨의 의무”

나는 지난 수년간 도로시의 일기를 편집해 오고 있었는데, 일기 속에서 여러 번 이 단어와 마주쳤다. 일기에는 도로시의 편지들과 함께, 그의 사후 25년 동안 마켓 대학교의 가톨릭일꾼 자료보관소에 봉인되어 보관되어 왔던 그의 개인적인 저술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1934년, 즉 일꾼운동이 출발한지 얼마 안 된 시기부터 도로시가 죽기 1년 전인 1979년까지의 자료들이다.

이 자료들을 열람하고 편집하면서 반쯤 줄였지만, 여전히 700쪽의 두꺼운 책이 되었다. 이 책은 도로시의 일상 활동과 가톨릭일꾼의 삶의 특별한 연대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 도로시의 내적 삶, 그의 기쁨과 슬픔, 크고 작은 일에서 충실하려는 그의 투쟁을 보여주는 창이기도 하다.

일기 편집 작업을 하면서 나는 “기쁨의 의무”라는 구절이 자주 나타나는 것에 특히 충격을 받았다. 이 말은 너무나 많이 반복되어서 마치 ‘만트라(Mantra)’ 같았다. 예를 들면 1951년 7월 9일, 도로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일기는 매일 류머티즘, 요통 등이 아픔과 고통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또는 만족을 주는 해야 할 일들을 계속 나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시간을 편지 쓰고, 방문객과 얘기하고, 집안의 잡동사니 일들인 씻고, 애들 보살피기 등 표가 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은 무엇인가 성취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 기쁨의 의무–러스킨이 말한 것처럼.”

“기쁨의 의무”라는 말은 그의 일기에서 계속되는 슬픔이나 고역의 이야기 끝에 너무나 자주 덧붙여지고 있다. 1953년 6월 13일 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사랑하는 하느님, 여기 우리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양한 두려움들을 계속 나열한다. “해결책: 더 많이 글을 쓰기.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문제로 나를 억누르지 못하게 하기.”

그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물러서기. 혼자 있을 필요가 있다. 피정은 … 어떻게 … 기쁨의 의무가.” 이때쯤 도로시의 일기는 일종의 속기록이 되었다. “기쁨의 의무”는 도로시가 모든 것과 모든 상황 속에서 하느님을 찾기 위한 각성의 역할, 깨어 있으라는 부르심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1961년 도로시는 나중에 <빵과 물고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의 제목을 정하기 전에 다양한 가능성들을 모색하였다. 2월 24일 일기에는 이런 대안을 생각해냈다:

“오늘 나는 <긴 외로움>의 후속 책 제목으로 ‘기쁨의 의무’가 어떨까 생각하였다. 늙어감에 따라, 우리는 슬픔에 사로잡히기 쉽다. 이곳 지상에서의 삶이 고통이고 십자가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 속에 성장하고 사랑할 때에 함께 오는 기쁨으로 슬픔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by stephen crotts

나의 사랑은 너무 작다...그러나 사랑은 의지의 문제

그런데 그 책은 <빵과 물고기>로 출판되었다. 나는 그의 일기를 모와 <기쁨의 의무: 도로시 데이의 일기>라고 제목을 붙이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도로시 데이가 미리 제목을 정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기쁨의 의무”라는 구절이 원래 그 말을 쓴 존 러스킨한테 무슨 의미였든지 상관없이, 도로시한테 더 의미 있는 후렴이 되었다고 여긴다.

이 기쁨의 의무는 특히 기쁨과 사랑의 관계에 대하여 도로시의 저술 전체에 흐르고 있는 영적인 자세를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도로시는 사랑이 느낌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자주 확신했다.

그가 당면한 문제들,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관심을 요구하는 문제에 관해 도로시는 일기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리고 짐은 너무나 무겁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요구한다. 나의 사랑은 너무나 작다. 난 공포마저 느낀다, ‘내 마음 속에는 사랑이 없는데, 난 그들에게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사랑이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

도로시는 계속 쓴다. “그러나 이상하고 놀라운 것은, 무언가 있는 척 하는 것이 실재가 된다는 사실이다. 만일 당신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곧 당신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이 괴팍한 늙은 노인네를 사랑하기로 의지를 다지면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충격적인 선언이다. 상식적인 속임수에 대한 결정적인 대답이다. “도로시 데이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성인이니까 그럴 수 있었다.”라는 속임수에. 분명한 것은, 도로시가 사랑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가 더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기쁨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또 다른 자비의 작업이다

나는 기쁨, 즐거움에 대해서도 이것이 똑같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해변가에 앉아 있을 때나, 라디오에서 토요일 오후 오페라를 들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쉽다. 도로시는 많은 것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시편의 찬가들, 신선한 커피 한 잔, 창밖의 소방 탈출구에 비치는 햇빛 등.

그러나 다른 때 기쁨을 느끼는 것은 훈련의 문제이고, 의지의 문제였다. 그리고 기쁨의 의무를 수행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자기 자신의 평화와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슬픔의 유혹에 저항하는 것, 평화와 행복의 길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애덕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니 기쁨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또 다른 자비의 작업이다.

도로시의 삶은 뛰어난 많은 이야기들로 가득하고,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의 증인이요 참여자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대부분 매우 일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거룩함은 영웅적 행위뿐만 아니라 일상적 삶의 평범한 의무들 속에서 표현되었다. 그의 ‘영성’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표현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이것은 끝없는 투쟁이었다.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과업이었다.

일기들을 편집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특권이었다. 특히 도로시의 마지막 5년간의 일기는 내가 일꾼에서 일하던 시기와 일치되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했다. 많은 기억들이 내게 떠오른다. 신문을 함께 보고 “너무 길게 쓴” 많은 글 때문에 꾸지람을 받았던 일, 가톨릭일꾼에 대한 FBI의 파일을 그에게 읽어주었을 때 도로시가 크게 웃었던 일, 우리가 감옥에서 돌아올 때마다 그가 보여준 어머니다운 자부심과 모든 자세한 소식을 다 듣고 싶어 하던 모습 등.

그러나 나는 문서 보관소가 1980년의 마지막 일기를 분실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실망했다. 나는 프랭크 도노반한테 그 일기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물었으나, 실은 막막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도노반은 도로시가 있었던 방의 침대 옆 탁자 서랍 안에서 일기를 찾아냈다. 일기는 25년 동안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그곳에 있었다. 작고 붉은 가죽표지의 1980년 일기책. 일기를 들쳐보니, 그가 세상을 떠나던 주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억해야 할 일들: ‘기쁨의 의무’(러스킨?).”

그 작은 책을 받아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일기책은 적절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더 개인적인 마무리가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 그리고 그가 말했던 이야기들, 그의 웃음소리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마지막까지 도로시는 “기쁨의 의무”를 기억했고 실천했다. 기쁨의 의무는 단순히 <긴 외로움>의 후편이 아니라 해독제이며 대책이었다.


출처: <CatholicWorker>, 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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