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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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윤남용
  • 승인 2017.02.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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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2
사진=윤남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백기행)시

이발소에는 야한 달력이 어울리듯
낡은 술집에 아조
어울리는 시라고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야만이지만

난 이 시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싫다.

그냥 이름 모를 술집에
황간 같은 기차역 아래
작은 술집에
누가 그냥 낙서마냥
적어 놓고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술한잔 되어
희미한 눈빛으로 
올갱이매운탕 뒤적이며...

얼마나 울었을까?...

 

윤남용
사진가. 인도 네팔 장기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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