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처럼, 다시 호랑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상태바
일제강점기처럼, 다시 호랑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 김광남
  • 승인 2023.09.12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남 칼럼

여천(汝千) 홍범도(洪範圖). 별명이 여럿인데 그중 하나가 '백두산 호랑이'였다. 홍장군은 우리 민중에게는 호랑이처럼 듬직했고, 일제에게는 호랑이처럼 두려웠다.

2021년 출간 즉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오르고, 《리얼 심플》 《하퍼스 바자》 《미스 매거진》 《포틀랜드 먼슬리》에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쓴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 2022년에 같은 제목을 달고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번역서의 첫머리에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이 있다. 아래는 그 중 일부다.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은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는데,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일제 강점기 때 호랑이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사람들을 붇돋아 줬다. 월간지 <개벽>의 1920년 6월 창간호 표지에는 용맹스럽게 표효하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민족사상 양성에 주목적을 둔 잡지에서 우리나라의 첫 상징으로 호랑이를 뽑은 것이다. 당시 지도자들은 일제의 호랑이 사냥을 민족 탄압으로 여겨 비난했다. 호랑이가 국민에게 연민의 대상이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한반도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김주혜)

소설이 다루는 시대로부터 1백년이 훌쩍 넘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다시 호랑이 사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제 시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호랑이 사냥에 찬동하는 이들은 나까무라이거나 나까무라의 앞잡이다.

 

김광남
종교서적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번역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교회 민주주의: 예인교회 이야기>,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에서 세상을 향하여: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