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시인이 만난 시
팔순 고개 넘어
_송연우
해 질 무렵
일손 놓으며 숨을 고른다
하기 싫어도 참으며 하는 일이 많았는데
일거리가 줄었다
일거리도 강물처럼 흘러가 버렸나
바람이 불어도 황소걸음으로
뜰을 거닐어 보는 시간도 늘었다
요즘 들어 뜰의 나무와 꽃들이
더 가깝게 다가와 품에 안긴다
일도 눈이 있는지
나를 위해 줄어든다
납매 목련 모란 구골목서 태산목
철 따라 향기로이 꽃피워
늙정이 살맛을 한층 돋운다
『물의 날개』(송연우. 2023. 책펴냄열린시)
*시를 만난 시인의 말
84세 시인의 글은 노을빛이 가득하다. 참 지극한 나이다.
가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도, 가지 않으려 해도 안 닿을 수 없는.
어떤 치장도 없이 하늘 마주하는 날
‘일손 놓으며 숨을 고른다’는 말이 얼마나 먹먹할지.그러하다.
김유철 스테파노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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