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항쟁, 왜 다시 갈릴래아를 기억해야 하는가?
상태바
제주 4.3 항쟁, 왜 다시 갈릴래아를 기억해야 하는가?
  • 김종화
  • 승인 2022.04.06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4.3 74주기 추모미사 강론-김종화 신부

4월 2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어울쉼터에서 '제주 4.3 74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예수회의 김정태, 박상훈 신부, 서울대교구 이영우 신부와 더불어 작은형제회 김종화 신부가 공동집전하였습니다. 이날 행한 김종화 신부의 강론을 게재합니다.

사진=신디
사진=신디

4.3 항쟁에 대한 이해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제주도민 4.3 학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2003년 정부가 발간한 진상조사 보고서는 희생자 수를 2만 5천에서 3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에 달하는 사람들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제주 4.3 항쟁은 2000년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켰고 2003년 우리 정부는 4.3 진상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었음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직접 가해자인 국방부와 경찰은 16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지만 몇 년 전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며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미약하게나마 유감과 애도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주 4.3 학살사건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광주민주화 항쟁과 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이 우리들 주변에 팽배해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4.3 항쟁이 일어난 배경은 무엇일까요? 일본패망 이후 미군은 일본을 대신해서 한반도의 이남을 점령할 목적으로 진입합니다. 미군정과 남한에서 안위를 도모하기 위한 국내 친일파와의 합작은 이승만 정권을 탄생하게 만들었고,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 또한 이때부터 좌익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에서는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게 되고, 1947년 제주도의 3.1절 기념식장에서 기마경찰이 양민들을 상대로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1948년 제주 전 지역에서 4.3 항쟁이 시작됩니다.

당시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은 군대와 경찰뿐만 아니라 서북청년단을 제주에 보내어 수많은 양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무참하게 학살하고 진압합니다. 양민학살은 미군정의 협조아래 1954년까지 몇 년 동안 걸쳐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제주 4.3과 쌍둥이 학살이라고 불리는 여순 항쟁이 발생합니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여수, 순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제주 4.3 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여수 14연대를 파견하려고 명령하지만, 군인들은 자신의 민족을 죽일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합니다. 정부는 이 상황을 ‘여순반란 사건’으로 이름붙이며 무죄한 군인들 또한 무자비하게 학살합니다. 여순 학살의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438명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아직도 수많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지만 학살의 주범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기득권 세력이 되어 진실을 가리고 이념논쟁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신디
사진=신디
사진=신디
사진=신디

제주 4.3 항쟁과 갈릴래아

제주 4.3학살로 이 세상을 떠난 수많은 영령들을 기억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 세계 교회는 지금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에 관한 메시아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기다리던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이다”라고 하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 반복해서 나오는 논쟁의 장소가 바로 “갈릴래아”입니다. 우리는 “갈릴래아”라는 곳에 집중을 했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들레헴이라는 유다지방에서 태어나셨지만, 대부분의 활동과 기적을 일으킨 곳은 이스라엘의 북쪽지방인 갈릴래아입니다.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33가지 기적 가운데 25번의 기적이 갈릴래아에서 일어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사용하신 32가지 비유 가운데 19개가 갈릴래아 지역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예수님께서는 다른 지역들 보다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셨고,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갈릴래아는 예수님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도 유다인들 사이에서 이방민족들이 사는 곳으로 천대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교신을 믿으며, 순수혈통이 없으며, 이교인들의 땅으로 불리면서 배척받던 곳입니다. 이사야서에도 “이민족들의 갈릴래아”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오늘 복음에서 “이 부정한 곳에서 예언자가 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요한복음 1장 46절에서도 나타나엘은 필립보에게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지역으로 가셨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사야 8,23에 잘 나옵니다.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이 실현되기 위해 어둠의 땅, 이민족의 땅, 그림자가 드리운 갈릴래아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시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에 내려오셔서 가장 소외되고, 박해받는 이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있어야 할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 몸소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 보여주셨던 모습은 엄청난 기적을 베푸시고, 강력한 힘으로 로마군을 무찌르고 높은 위치에 올라가신 것이 아니라, 병든 사람들과 함께 있고,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고, 죄인들과 함께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갈릴래아를 기억하면서, 우리는 ‘제주도’라는 특정한 지역을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주 강정마을을 오래전부터 다니면서, 제주 4.3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제주를 방문하면서 생태/평화기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에도 청년들과 함께 2박3일 동안 제주4.3 평화공원, 송악산 일제 해안 동굴진지, 섯알오름, 알뜨르비행장, 대정 돌고래 센터 등을 방문합니다.

2019년도에 함께 갔던 스페인 어느 신부님께서는 4.3의 역사를 들으시고, 며칠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엄청난 양민이 자국 군대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사건을 두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제주 4.3의 역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원나라 몽골제국의 침략으로 시작된 수탈의 역사가, 미국과 일본의 격전지, 근현대사의 수많은 아픔이 배어 있는 제주 4.3 항쟁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신디
사진=신디

결론: 기억 그리고 행동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74년 전 희생된 4.3 영령들의 영면을 기도하는 추모미사를 거행하면서 4.3항쟁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영령들을 위로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제주도민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정의와 평화를 기억해야 합니다. 제주도민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분단이 누구를 위한 분단이었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전쟁에는 누가 관여하고 있습니까? 미국의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미얀마 군부 쿠데타와 내전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한국의 분단 상황을 보면서 주변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분단을 야기시키고, 전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 또한 언론 미디어에서 방송하는 대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전쟁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전쟁을 예상하는 곳이 바로 대만이고, 대한민국입니다. 당시에도 이러한 국제적 역학관계를 제주도민들은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체험하고 목격하고도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갖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있어야 할 곳,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곳이 바로 갈릴래아이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아픔인 4.3 항쟁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되뇌어보면 좋겠습니다. 아픔과 슬픔과 어두움의 순간을 직면하지 않는다면, 참된 부활의 체험은 다가오기 힘들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더 74년 전 희생된 4.3 영령들의 영면을 추모하며, 무고하게 세상을 떠난 수많은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