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시편
생명
-장진희
남서쪽 햇살이 들어오는
베란다에
친구는 이파리 두 개
흙에 닿게 꽂아 두었다
하나는 진즉에 말라죽고
하나는 푸른 잎 그대로 살아 있었다
오래도 살아 있네
잊을 만할 때쯤
이파리 뒤쪽에
작은 떡잎 두 잎 숨어서 기르고 있었다
얼마나 애를 썼을까
죽을 힘을 다해 살아냈겠지
그렇게 뿌리를 내렸겠지
놀랍다
그러고 보니
말라죽은 잎 하나도
그만큼 눈물겹게 살다가
그만 지쳐 쓰러졌겠지
산 잎도 죽은 잎도 짠하다
산 잎 하나
떡잎 새끼들
새파랗게 뿌리내릴 즈음
장렬한 최후
노랗게 죽고 있다
늦둥이 아들 하나 키우는
친구는
네가 나고
내가 너구나
쪼그리고 앉아
노란 잎에
조문을 한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종이신문 <가톨릭일꾼>(무료) 정기구독 신청하기
http://www.catholicworker.kr/com/kd.html
도로시데이영성센터-가톨릭일꾼 후원하기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저작권자 © 가톨릭일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