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이파리 두 개 흙에 닿게 꽂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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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이파리 두 개 흙에 닿게 꽂아 두었다
  • 장진희
  • 승인 2021.11.21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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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장진희
사진=장진희

 

생명

-장진희


남서쪽 햇살이 들어오는
베란다에
친구는 이파리 두 개
흙에 닿게 꽂아 두었다

하나는 진즉에 말라죽고
하나는 푸른 잎 그대로 살아 있었다

오래도 살아 있네
잊을 만할 때쯤
이파리 뒤쪽에
작은 떡잎 두 잎 숨어서 기르고 있었다

얼마나 애를 썼을까
죽을 힘을 다해 살아냈겠지
그렇게 뿌리를 내렸겠지
놀랍다

그러고 보니
말라죽은 잎 하나도
그만큼 눈물겹게 살다가
그만 지쳐 쓰러졌겠지
산 잎도 죽은 잎도 짠하다

산 잎 하나
떡잎 새끼들
새파랗게 뿌리내릴 즈음
장렬한 최후
노랗게 죽고 있다

늦둥이 아들 하나 키우는
친구는
네가 나고
내가 너구나
쪼그리고 앉아
노란 잎에
조문을 한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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