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시편
밥상
-장진희
화포아짐네 마당에서
쫑깃쫑깃 걸어다니다
마당가에 풀 똑똑 뜯어먹고 자란|
암닭이 낳아준
달걀 세 개를
톡톡톡 깨뜨려
텃밭에 대파 하나 쏙 뽑아다가
계란말이를 했다
살아 있는 놈들을
잡아먹는구나
옆마을 이장네 논에서
거둔 나락
갓 빻은 쌀
밥 한 그릇에
생명은 또 몇 천 알인고
김치 한 가닥에는
스무 가지도 넘는
저마다 사느라 애쓴 목숨들
버무려져 있으니
하늘에 별만큼이나 많은
유정 무정의 친구들
한끼에 다 들어 있구나
아프지 말고
잘살아야지
내 몸도
누군가의 밥이 되려면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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