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항쟁과 천주교] 6월항쟁 이후의 천주교 사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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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항쟁과 천주교] 6월항쟁 이후의 천주교 사회운동
  • 이명준
  • 승인 2018.06.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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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이 승리로 끝났으나 민주화의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6·29선언을 통해 항복을 받았지만, 국민들의 손에는 직선제 개헌이라는 성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물론 7월과 8월의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현장에 커다란 변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타협에 의한 개헌은 많은 국민적 요구를 헌법 개정에 반영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

더욱이 정국이 빠르게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급속히 정치일정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국본도 힘을 잃고 말았다. 결국에는 민주화 진영의 대선승리로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대를 열어보고자 한 오랜 꿈은 양 김의 분열로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씻을 수 없는 역사적 상처였다.

돌이켜보면, 노태우 집권 시기 세계적으로 냉전체제가 해체되는 가운데 보수 정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련, 중국과의 수교가 진행되었다. 만일 민주 정권이 집권하고 북방 외교를 넘어 남북의 화해 협력의 기반을 그때 다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회한과 안타까움, 후배 세대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대선 국면이 다가오자 천주교계에서는 후보단일화 운동이 소용돌이 쳤다. 가농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농의 전국회장과 10개 도연합회 회장단들, 그리고 천주교 사회운동 진영 일부가 “민주 진영의 대동단결과 후보단일화 쟁취”를 내걸고 명동성당에서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의 단식농성을 전개하였다. 이후에는 ‘군정 종식 후보단일화 국민협의회’를 결성하여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양 김을 강제할 힘은 끝내 발휘되지 못했다.

 

한편, 천주교회와 사회운동 진영은 대선이 다가오는 10월 29일 민주쟁취천주교공동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이 위원회는 천주교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조직이었으며, 교구별 지부는 물론 성당별 지부를 건설하는 등 전국적인 규모로 조직되었다.

위원회는 발족선언문과 결의문을 통해 “군부독재의 완전한 종식을 통해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이룩할 것”을 목표로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과업으로 “선거를 통한 민간, 민선 정부를 수립하고, 군부독재를 완전히 종식시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다가오는 선거가 공명하고 깨끗이 진행될 수 있도록 거국내각의 수립을 쟁취하고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감시운동을 적극 전개한다” 등의 4개 항의 결의를 밝혔다.

이후 민주쟁취천주교공동위원회는 민주영령 추도미사 등을 추진하며 다양한 선전전과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공정선거감시 활동이 활발하였다. <공정선거 감시단 일반활동지침>을 제작하여 전국적으로 배포하였다. 이 책자는 민주시민 선거수칙, 공정선거 감시활동 지침, 선거부정 고발 관련 정보, 선거 일정표 등을 담고 있는데, 당시로서는 가장 체계적이고 잘 조직된 공정선거 감시활동의 표본을 제시한 것이었다. 아울러 공정선거 감시단을 대대적으로 모집하였다.

선거과정에서는 소식지 형태의 <공정선거속보>를 발행하며 전국적으로 선거감시활동을 전개하였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후보지원활동과 공정선거 감시활동에 최선을 다했으나,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과제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시민사회 진영이 선거에 참여하여 판세를 만들고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전히 민주진영의 분열을 극복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아울러 이후 단일화 실패 이후 충분한 합의 없이 천주교 진영에서 김대중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부분은 많은 갈등을 낳기도 했다. 섣부른 판단이었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노태우 후보의 당선 이후에는 ‘부정선거 무효투쟁’을 벌였으나,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민주쟁취천주교공동위원회는 부정선거 사례들을 모은 󰡔이것이 부정선거다!󰡕는 제하의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후 산발적으로 부정선거 무효투쟁을 전개하였다. 특히 부정선거 무효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호남지역의 가농 조직들이 지도부 구속 등으로 조직적으로 큰 손상을 입기도 했다.

[출처] <6월항쟁과 국본>, 민주운동기념사업회, 2017 

이명준
천주교 인천교구 홍보과장 근무 중 민청련 부의장 역임. 민통련 청년위원장,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간사 역임. 1987년 6월항쟁 당시 4인 실무기획팀으로 민주헌법쟁위국민운동분부 결성에 참여. 평민당 기획조정실장, 비서실 차장 역임. 정계은퇴 후 (주)아이마스 회장 역임. 현재 환경재단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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