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느님은 가격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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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느님은 가격표가 없다
  • J. 예레미아스
  • 승인 2017.06.21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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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상봉

나의 하느님은 가격표를 전혀 갖고 계시지 않습니다.
아무도 그분을 살 수 없습니다.
돈도 성덕도 그분을 사지 못합니다.

나의 하느님은
초목들이 햇빛을 받는 것처럼
우리가 그분에게서 거저 받을 수 있는 분이십니다.
아무도 자신의 공적으로써 그분을 모실 수 없습니다.

나는 그분을 부를 수 있고
그분에 대한 나의 목마름과 배고픔을
그분에게 호소할 수 있으며
그분의 문을 두드릴 수 있고
나의 고통과 나의 고독을
눈물로 아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하느님에 대해서
아무런 권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선물이실 뿐입니다.
그분은 내 생명의 선물이십니다.
그분은 맨 처음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 홀로 나에게 당신의 문을 열어주실 수 있으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인색하지도 비열하지도 않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해와 공기처럼 풍성하게 당신 자신을 주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삶의 모든 전환점의 모퉁이에서 출현하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모든 이를 위하여 모든 순간에
태양처럼 떠오르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선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당신 자신에게 가격을 매기려는 사람에게는
당신을 내어주시지 않으려 하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무상으로 주시는 분이시므로
현대인에게는 어려운 분이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당신을 사려고 꿈꾸는 사람
무엇이든지 소유하려는 욕심을 가진 사람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은 것을 경멸하는 사람
자기가 정한 가격표에 따라 사물과 인격을 측정하는 사람
보다 값비싼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하기 힘든 분이십니다.

그러나 나의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만이 자신을 줄 수 있으므로
변하시지 않는 분이십니다.
사랑은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의 응답만을 요구하는 사랑은
거저 주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랑을 끊임없이 넘쳐 흐르게 하는
이 무상의 사랑에 개방되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되살아남을 느낄 것입니다.

그는 그분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로 태어남을 느낄 것이며
여기서 생겨나는 사랑은
결코 하느님을 사려하지 않는 대신에
열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사랑일 뿐입니다.
사랑은 죽을 수 없으며 늘 성장하고 매순간 새롭습니다.
그 사랑에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사랑의 기쁨 넘치는 유일한 신비가 스며있기 때문입니다.

 

[원출처] J. 예레미아스 저 <나의 하느님>
[출처] 참사람되어 199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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