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좋아하던, 연약한 나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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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를 좋아하던, 연약한 나의 하느님
  • J. 예레미아스
  • 승인 2017.06.26 0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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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com

나의 하느님은 매정하고 완고하며
무관심하고 열정이 없고
냉정한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그분은 내 동족의 하느님이시고
나는 그분의 동족에 속해 있습니다.

그분은 인간이시며
나는 하느님과 가까운 존재입니다.
내게 신성을 맛보게 하시고자
그분은 진흙에서 나온 나를 사랑하셨습니다.
사랑이 나의 하느님을 연약한 분이 되게 하였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인간의 기쁨과 우정을 아셨으며
땅과 사물을 체험하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허기를 느끼셨으며
수면을 취하셨고 쉬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감성적이셨습니다.
그분은 흥분하셨고 열정적이셨습니다.
또한 어린아이처럼 감미로우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한 어머니에 의해서 양육되셨으며
여성적인 온갖 온화함을 느끼고 맛보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죽음 앞에서 동요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그분은 병자들을 고쳐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유배의 쓰라림을 겪으셨습니다.
그분은 박해와 환호를 받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다 좋아하셨습니다.
사물과 사람, 빵과 여자, 착한 이들과 죄인들을
사랑하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한 시대의 인간이셨습니다.
그분은 모든 사람처럼 옷을 입으셨고
당신 지방의 사투리를 쓰셨으며
손수 일하셨고 예언자들처럼 외치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나약한 사람들에게는 연약하셨고
교만한 사람들에게는 도도하셨습니다.

그분은 신실하셨으므로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진리를 그분이 반대하셨다는 이유로
그분을 살해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나의 하느님은 미움을 품지않고 죽으셨습니다.
그분은 용서하는 것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고 주장하면서 죽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연약한 분이십니다.
나의 하느님은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라는
묵은 도덕을 깨뜨리셨습니다.
그분은 전적으로 새로운 폭력과
사랑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하여
가련한 복수의 해묵은 도덕과 관계를 끊으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발로 짓밟혔고 땅바닥에 거꾸러지셨으며
배신당하고 버림을 받고 오해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나의 하느님은 죽음을 이기셨고
당신 손에 새로운 결실을 쥐고 나타나셨습니다.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사람과 사물의 부활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은 연약한 나의 하느님
슬피 우시는 나의 하느님
당신을 변호하시지 않는 나의 하느님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으신 나의 하느님을
승리하기 위하여 죽으셔야 하는 나의 하느님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의 하느님은 죄인인 강도를
당신 교회의 첫 성인이 되게 하셨으며
정치 선동가라는 죄목으로 요절하셨습니다.
나의 하느님은 사제와 예언자로서
역사의 모든 재판 중
가장 치욕적인 선고를 받고 죽음을 겪으신 분이십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나의 연약한 하느님은
이해하기 힘든 분이십니다.
이런 하느님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나의 연약한 하느님은 쳐이김으로써만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죽음으로써만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
구원은 선물이 아니라 노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인간적인 것을 죄악이라 간주하는 사람
성인은 냉정한 사람과 같고
그리스도는 천사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분이십니다.

나의 연약하신 하느님은
사람을 닮지않은 하느님을 계속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분이십니다.

J. 예레미아스, <나의 하느님> 중에서


[원출처] J. 예레미아스 저 <나의 하느님>
[출처] 참사람되어 199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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