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정화: 기도의 정화는 정치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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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정화: 기도의 정화는 정치적 행동이다
  • 참사람되어
  • 승인 2017.05.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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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례의 사회적 의미-4

예언자들처럼 예수도 참 예배를 왜곡시키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용납하지 않고 혐오감을 드러내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성전이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터로 전락되어가는 것을 보았다. 성전은 기도하는 곳이 아니라 도둑들의 소굴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의 거룩한 분노를 볼 수 있다. 요한은 이렇게 증언한다.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 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 버리며 그 상을 둘러 엎으셨다”(요한 2,15-17).

예수는 로마의 지배와 유대 사회의 경제적 착취에 대항하여 이렇게 행동한 것이었다. 또한 그 당신 사제 계층이 저지르고 있었던 부패를 엄중히 비난한 행동이기도 하였다. 사제들은 장엄한 기도를 응송하였었다. 그리고 성전에서 예식을 주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제들은 성전이 장사와 착취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체제에 타협하고 있었다. 예수는 예배가 이렇게 우롱당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사제들은 종교와 기도가 이처럼 왜곡되는데에 협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당신 성전은 로마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으니, 이것은 로마의 식민지 지배에 있어 성전이 사회정치적인 중심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예수가 성전의 장사꾼들을 공격하고 분노로 가득차서 물건들과 함게 그들을 내쫒았을 때, 그는 당시의 군사·경제·종교적 권력의 모든 집단에 도전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예수는 성전에서 매일 가르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내용과 사례를 이야기 했음이 분명하다.

루가는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잡아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들이 모두 예수의 말씀을 듣느라고 그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한다(루가 19,47-48). 마르코도 이것이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를 없애버리고 싶었던 이유들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들은 모든 군중이 예수의 가르침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예수를 두려워하였던 것이다”(마르 11,18).

사진출처=pixabay.com

성전 정화 사건을 통하여 우리는 성전이 장사꾼의 소굴로 타락하는 것을 예수가 얼마나 가슴 아파 하였는가 알 수 있다. 그러한 타락을 묵인하고 심지어 특권마저 차지하고 있었던 사제계층과 예수는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기도의 정화는 그러므로 정치적인 행동이기도 하였다.

예수의 행동은 또한 율법학자들과 유지들을 언짢게 하였다. 그 당시에는 모든 체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거짓 예배와 경제적 착취를 반대했을 뿐 아니라 참 예배가 무엇인가도 가르쳤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해방의 소식이었다. 거짓예배, 장사꾼, 율법학자, 지도자, 군인 그리고 대사제들의 위협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사람들은 예수의 메시지를 이해하였다. 그들은 참예배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참 예배를 통하여 그들은 인격체로서 또한 공동체로서 해방을 체험하였던 것이다.

참 예배에 관한 예수의 이러한 예언적 행동은 그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예수는 성전에서의 장사로 이익을 취하는 모든 권력집단의 총체에 의하여 살해 당했던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의 종교적 지도자로 자처하던 대사제들의 불쾌함과 증오를 무릅썼다. 대사제들은 불행하게도 장사꾼들 그리고 로마인들과 밀접하게 동맹을 맺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악을 밝혀주는 종교를 사람들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예수가 말이나 행동으로 그들의 장사행위를 비난했을 때에 예수를 없애버리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유대 역사나 세계 역사에 있어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예언자들도 그렇게 사라져 갔다. 오늘날에도 착취하는 장사치를 비난하는 사람은 사라져 버린다. 교회 안에서 그러한 문제를 거론하면 종교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비판 받는다. “정치적”이며 “분열을 조장”하고 “증오의 씨를 뿌린다”고 비판 받는다. 오늘날의 사제들 중에도 억압받는 이들보다 억압하는 자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많다.

성전정화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예배와 경제 그리고 정치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기도와 예식과 관련되어 경제적인 측면이 교회생활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기도와 신심행사, 순례행위가 얼마나 진정으로 영적인 것이며, 돈에는 또 얼마나 좌우되고 있는가? 이것은 모든 시대의 사제들이 항상 직면하고 있는 유혹이며, 우리가 예수의 처신을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한다. 돈에의 집착은 우리의 예배를 거짓되게 할 것이며 복음의 본질성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참사람되어 1996년 11월호
[원출처] <하나되어> 1988년 8월(제19호)~1989년 6월(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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