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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공산주의자 또는 마르크스주의자?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11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실상 첫 번째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교황의 혁신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었던 이들이 일제히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분명한 교회 개혁 의지를 보였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강력히 비판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하느님은 모든 형태의 노예적 삶에서 해방되기를 원하신다.”며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고,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한 구성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제와 불평등의 사회를 비판하며 “오늘날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에 지배되고 있으며,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금융자본주의를 “새로운 우상”이라고 지목하고, 국가도 통제할 수 없는 경제권력은 “새로운 독재”라면서, 자유시장이 통제할 수 없는 하느님을 “위험한 존재”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가 지금보다 더 선교적이 되고, 좀 더 자비로우며, 변화 앞에 담대해져야 한다.”면서 “교회가 자신의 존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관습과, 관행과, 스케줄과, 용어들과 구조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평화를 위해 특별한 열정을 지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문 밖에서 백성들이 굶주릴 때, 예수께선 끊임없이 ‘어서 저들에게 먹을 것을 내어주라’고 가르치셨다.”면서 “안온한 성전 안에만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방신학자들이 줄곧 말해 온 것처럼 “부자와 자본가들에게 저당 잡힌 교회를 다시 가난한 이들에게 돌려주려는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교회는 이제 야전병원처럼 교회 밖으로 나가서 세상의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삶의 현장에서 그들과 연대하는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가난해질 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갈이다.
 

소비 자본주의에서 그동안 혜택을 누린 이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교황의 발언이 ‘혁명적’일 것이다. 그러니 화들짝 놀라서 ‘교황이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극우 방송 진행자 러시 림바우는 “교황의 주장은 완전한 공산주의”라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가 ‘붉은 교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12월 14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탬파(La stampa)>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주의는 잘못된 것”이지만 “나는 인생에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을 만나 왔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그 만남이 불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복음의 기쁨>에서 전한 내용은 대부분 사회교리에서 역대 교황들이 다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이 만난 공산주의자의 사례로 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와 세르히오 루빈이 교황을 인터뷰한 책 <교황 프란치스코>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시절 로마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왕복하는 비행기 안에서 인연을 맺은 이탈리아 항공사 조종사인 알도 카그놀리를 제시할 수 있다. 그는 ‘항공과 테러리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는데, 뿌리 깊은 공산주의자이고 목수이며 공예가였던 아버지를 두고 있었다.

이 카그놀리의 아버지가 교황에게 십자가를 조각해 선물하기로 약속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공예가 아버지는 곤경에 처한 것이다. 그가 상상했던 예수의 형상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매우 화가 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말을 듣고 교황은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 예수는 너무나 끔직한 고통을 겪으며 화가 나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하고 답했다. 얼마 후 교황은 그분에게 ‘체념한 눈빛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예수의 성화를 편지와 함께 보내주었다. 이 일을 떠올리며 알도 카그놀리는 교황에게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생각할 때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의 학식과 직책 뒤에 숨어 벽을 쌓을 때가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과 더불어 존경심으로 모든 사람을 겸손하게 대하면서 언제든지 배울 자세를 되어 있을 때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로 그런 분입니다.”

교황은 상대방이 비록 공산주의자라 해도 그 안에서 ‘이데올로기’를 보지 않고,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을 보려고 한다. 상대가 누구든 진심으로 경청하는 능력을 통해 배우고 소통하려는 태도를 놓치지 않았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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